ㅁ 해안길 소감
오늘 포르투에서 누브루게까지 걸었던 길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마치 제주도 서귀포 해안길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길을 걷다가 와이프하고 통화했는데, 와이프도 덩달아 좋아했다. 그동안 내륙길로 힘들게 걸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게 왠떡인가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평소 즐겨 들었던 음악까지 틀어 놓고 걸었더니 발걸음도 경쾌했다. 앞으로도 스스로 자중자애 하면서 걸음을 즐기며 걷자!
Porto, Portugal
time : Oct 1, 2025 5:32 AM
duration : 6h 31m 49s
distance : 24.1 km
total_ascent : 324 m
highest_point : 89 m
avg_speed : 4.1 km/h
user_id : dlrtks
user_firstname : 익산
user_lastname : 고
알베르게, 24.5km, 6시간 15분, 난이도 별 둘, 풍경 별 넷,
ㅁ 경로
포르토 → 포즈 두 두루(6.1km) → 마토지뉴스(5.2km) → 레사 다 팔메이라(1.3km) → 알데이아 노바(4.0km) → 프라이아 데 앙헤이라스(6.2km) → 프라이아 데 라부르게(0.8km) → 라부르게(0.9km)


03:37 잠에서 깼다.
이미 2시부터 깼지만 이제는 완전히 깨버렸다.
눈를 감고 있었지만 이대장의 코골이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나야 한다.
04:20 오늘의 활동 시작이다.
어제 밤에 미리 짐을 다 싸놓고, 준비를 했기 때문에 아침에 일찍 출발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05:06 로비로 내려왔다.
시중이 안 보인다.
어제 긴 밤을 보냈는지, 무슨 일이 있는건지 궁금하다.
05:25 시중이 내려왔다.
나를 만나자마자 신세타령을 한다.
우리 일행 여자 두 사람과 술마시다가 갈등 상황이 생긴 것 같다.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도 해줬지만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니다.
남은 여행 기간 동안 나도 술자리에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예 술자리를 만들지 않거나 술자리에서 오래 앉아있지 않도록 특별히 신경을 써야겠다.
05:30 호텔에서 출발이다.
새벽의 도우루강변 경치가 환상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죠깅을 즐기고 있다.
활력과 건강미가 넘친다.
한편으로 저렇게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다.
06:07 ' 아라비다 다리 ' 를 지난다.
경치가 좋아서 또 사진을 찍었다.
06:50 새벽에 운행하는 202번 버스가 시내 도로에 설치된 철로 위에 정차 되어 있다.
순간적으로 철로 위로 운행하는 버스인줄 잘못 알았다.
버스회사도 기사도 참 부지런한 것 같다.
07:36 ' 아네모네 해수욕장 ' 이 나왔다.
해수욕장이 참 넓다.
모래 사장이 참 곱다.
일부러 모래 사장으로 걸었다
08:00 ' 마토지뉴스 해변 ' 을 지난다.
주인과 같이 산책나온 개가 내 허리섹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는다.
' 혹시 육포냄새를 맡았나? '
한국 우리 동네에서 처럼 마음의 여유가 있었으면 육포를 서비스 했을텐데 ......
08:19 ' 마토지뉴스 다리 ' 위에서 우크라이나 여성 이방카를 만났다.
공교롭게도 다리를 통제하는 시간이라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러시아와 전쟁중인 우크라이나에서 포르투갈로 순례길 여행을 오다니 ...... ?
정말 많이 놀랐다.
대다수 국민들이 전쟁의 참화 속에서 생사의 기로를 헤매고 있는데 ......
젊은 이방카는 이렇게 장기간 여행을 할 수 있다니 ...... ?
아주 잘 살거나, 고위직 자녀이거나, 아니면 ...... ?
바닷가 해변 ' 오! 뜨거운 오후의 레사여 ' 석비 앞 벤치에 잠시 앉았다가 간다.
잠시 바다를 보며 쉬고 싶었는데,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오래 앉아 있기가 어렵다.
09:35 ' 바다위의 파도 ' 카페 옆 공터에 쉼터가 있어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포르투 해안길부터 많은 외국인 순례꾼들을 만났다.
역시 걷기 좋고 경치 좋은 길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게 마련이다.
11:12 바닷 바람이 불어도 바다에서 올라오는 해무때문에 많이 무덥다.
열심히 걷고 있다가 ' 스템프를 찍어준다. ' 는 순례길 소품 가게를 봤다.
반가운 마음에 커피라도 한 잔 마시면서 스템프를 찍으려고 찾아갔다.
혹시나 하고 화장실을 기대했는데, 오직 순례길 소품만 있다.
할수없이 스템프만 찍고 나오다가 라이터(2유로)를 한 개 샀다.
한국에서 500원이면 살 수 있을텐데 ......
너무 비싸지만 기념으로 그냥 샀다.
11:24 ' 온다 강 ' 다리를 건넌다.
다리 위에서 갈매기떼 사진을 한 장찍었다.
11:45 숙소 도착 4분 전이다.
거리 카페에서 시중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 계란을 안주삼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시중이 또 한번 두 여자들 욕을 하길래 그냥 맞장구 쳐줬다.
12:03 숙소에 도착했다.
김봉희, 홍종숙, 김주연, 이현숙, 제니맘과 윤경선씨가 먼저 와 있었다.
이 사람들은 오늘도 전투대형으로 걸어왔다.
순례길 걷기 전투에서 싸워 이겨야만 하는 여자들처럼 보인다.
카페에 한번도 들르지 않고 왔는데도 내가 거의 꼴찌다.
오늘 우리가 자는 알베르게는 공립 알베르게 이다.
먼저 오는 순서대로 배낭을 줄세웠다.
평소 유튜브를 통해서 많이 보고 들었던 내용인데, 실제로 이렇게 경험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대장은 이 지방에서는 숙소 예약에 안돼서 어쩔 수 없이 공립알베르게로 정했다고 말했다.
내게는 이런 말이 변명으로만 들린다.
숙소를 구하는 문제 때문에 여행사를 통해서 오는데, 공립알베르게 마당에서 두시간씩 기다리게 하는게 말이 되는가?
이런 사실을 여행 출발전에 미리 알려주거나 현지에서 하루 이틀전에 라도 알려줬으면 덜 당황했을 것이다.
' 일행의 잘못은 계속 지적질하고, 본인이 잘못하는건 변명으로 일관한다면 좋은 인솔자는 결코 아니다. '
오늘도 일찍 출발하지 말라는 쓸데없는 지적질에 기분 상하는 경험을 했다.
내 수양이 부족한 탓이리라.
그래도 이제부터는 거리를 좀 더 두어야겠다.
점 점 정이 떨어진다.
14:00 여주인이 나타났다.
마당에 앉아서 꼬박 두 시간을 기다렸다.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다.
똑순이? 여자들이 좋은 자리를 다 차지 하고, 나하고 시중은 가장 구석진 골방 침대로 배정 받았다.
14명이 잘 수 있는 댠체 방인데, 우리가 양보해서 번호표를 가장 늦게 받았더니 끄트머리 침대로 배정받은 것이다.
기분 나빠도 어쩔 수가 없었다.
' 와우, 내가 자는 2층 침대 받침대 하나가 우지직 하고 부러졌다. '
하나님께서 역사하신 것 처럼 다행스럽다.
여주인에게 상황을 설명했더니 그 옆 침대를 써도 된다고 했다.
이 얼마나 다행인가?
구석진 침대를 면하고, 비상구 옆 침대 아랫칸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 하나님, 정말 감사합니다!
잠 잘 자고, 내일도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걷겠습니다. '
ㅁ 오늘의 총걸음수 39,545보
오늘의 총이동거리 30.57km
램블러 이동거리 24.1km
ㅁ 오늘의 반성
앞으로 이대장이나 여자들과는 거리를 더 두어야겠다.
이 사람들과 어울려서 술 마시는 것도 하지 말아야겠다.
순례길 여행이 끝나면 나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다.
쓸데없이 돈낭비하면서 몸버리고 지적질만 당하는 만남은 어리석음의 극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