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이나 늦은 도봉산 단풍

원래 지리산에 가려고 신사 산악회에 자리를 예약했는데 별다른 이유도 없이 취소되었다. 함께 신청한 열환이는 그런 산악회의 성향을 잘 모르는지라 매우 흥분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쉽게 취소할 수 있느냐며 나한테 전화를 하였다. 나는 그냥 회비 환불신청을 하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지리산 갈 생각에 별다른 산행계획을 세우지 않았기에 근교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아래지방에는 비가 예보되어 있다지만 서울의 하늘은 눈이 부시게 푸르고 기온은 선선하다. 짧은 가을날 어디를 가든 우선 집을 나선다. 도심의 나무들은 아직도 여름인양 푸른 잎을 달고 있다. 저러다 갑자기 추워지면 어찌 하려나 싶다. 단풍이 일찍 드는 화살나무만이 붉은 빛으로 가을 분위기를 띄운다. 도봉산 앞에 섰다. 선인봉 아래 숲은 이미 가을 빛을 내고 있다. 원래 10월 20일 경 전후로 단풍이 절정을 이뤘었는데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열흘이나 늦게 찾아왔지만 아직도 산 아래쪽에는 푸른 빛이 남아 있었다. 도심에서는 오늘 윤 석열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예고되어 있었다. 2016년이었던가? 박근혜 대통령의 부정(不正)을 수사하여 기소했던 검찰의 수장이 대통령이 되었고 그가 구형하여 징역형을 받게 했던 그 사람들을 사면시켜 주고 이제는 자신이 탄핵의 도마위에 올랐다. 우리나라의 정치현황이 드라마틱하기도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의 일이 무상(無常)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천축사에 잠시 들렀다. 커피를 한 잔 마시고 그 위쪽에 있는 파노라마 바위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고 좀 더 크게 한 바퀴 돌고 싶은 마음에 관음음을 거쳐 능선에 올랐다. 어딜 가나 단풍을 즐기려는 산객들로 가득 찬다. 망월사를 지나 내려오는 길에도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었다. 그 아래 계곡에 즐비하게 흩어져 있던 식당들이 많이 없어졌다. 예전에는 어두울 때 내려오면 개 짖는 소리와 어두컴컴한 길에 문을 닫은 식당들이 폐가처럼 늘어서 있었는데 이렇게 치워져 있으니 한결 좋아 보인다.

Hiking/Backpacking

Seoul, South Korea
bethewise photo
time : Nov 2, 2024 9:53 AM
duration : 7h 53m 29s
distance : 10.7 km
total_ascent : 881 m
highest_point : 732 m
avg_speed : 1.8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원래 지리산에 가려고 신사 산악회에 자리를 예약했는데 별다른 이유도 없이 취소되었다. 함께 신청한 열환이는 그런 산악회의 성향을 잘 모르는지라 매우 흥분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쉽게 취소할 수 있느냐며 나한테 전화를 하였다. 나는 그냥 회비 환불신청을 하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지리산 갈 생각에 별다른 산행계획을 세우지 않았기에 근교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아래지방에는 비가 예보되어 있다지만 서울의 하늘은 눈이 부시게 푸르고 기온은 선선하다. 짧은 가을날 어디를 가든 우선 집을 나선다. 도심의 나무들은 아직도 여름인양 푸른 잎을 달고 있다. 저러다 갑자기 추워지면 어찌 하려나 싶다. 단풍이 일찍 드는 화살나무만이 붉은 빛으로 가을 분위기를 띄운다. 도봉산 앞에 섰다. 선인봉 아래 숲은 이미 가을 빛을 내고 있다. 원래 10월 20일 경 전후로 단풍이 절정을 이뤘었는데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열흘이나 늦게 찾아왔지만 아직도 산 아래쪽에는 푸른 빛이 남아 있었다. 도심에서는 오늘 윤 석열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예고되어 있었다. 2016년이었던가? 박근혜 대통령의 부정(不正)을 수사하여 기소했던 검찰의 수장이 대통령이 되었고 그가 구형하여 징역형을 받게 했던 그 사람들을 사면시켜 주고 이제는 자신이 탄핵의 도마위에 올랐다. 우리나라의 정치현황이 드라마틱하기도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의 일이 무상(無常)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천축사에 잠시 들렀다. 커피를 한 잔 마시고 그 위쪽에 있는 파노라마 바위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고 좀 더 크게 한 바퀴 돌고 싶은 마음에 관음음을 거쳐 능선에 올랐다. 어딜 가나 단풍을 즐기려는 산객들로 가득 찬다. 망월사를 지나 내려오는 길에도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었다. 그 아래 계곡에 즐비하게 흩어져 있던 식당들이 많이 없어졌다. 예전에는 어두울 때 내려오면 개 짖는 소리와 어두컴컴한 길에 문을 닫은 식당들이 폐가처럼 늘어서 있었는데 이렇게 치워져 있으니 한결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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