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ukhumbu, Koshi Province, Nepal
time : Mar 19, 2025 5:59 AM
duration : 7h 48m 58s
distance : 11.8 km
total_ascent : 632 m
highest_point : 5406 m
avg_speed : 2.2 km/h
user_id : dunya.miro
user_firstname : Miro
user_lastname : Jo
거의 6시에 출발. 우리 말고도 두 세팀이 더 렌조라로 향하고 있다. 어제 고쿄리 정상에서 봤던 붉은 패딩에 노란 비니를 쓰고 DSLR을 들고 있던 서양인 청년도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고쿄 호수 옆길을 지나 렌조라로 향하는 첫 번째 언덕을 오른다.
오르막길을 오를 때 느리지만 쉬지 않는 나. 그러다보니 다른 팀을 다 재끼고 언덕을 제일 먼저 올랐다. 근데 그러면 뭐하나. 렌조라를 오르는 본게임은 따로 있는데. 초반에 무리해서 그런지 어제 잠을 못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컨디션이 좋다고 생각했던 초반과 달리 어느 순간부터 극도로 지치기 시작한다. 출발할 때만 해도 쨍쨍할 것 같은 날씨가 구름이 서서히 모여들며 한 번씩 해를 가리고, 바람이 점점 거세어지고, 장갑을 두 겹이나 낀 손가락은 여전히 시려운데 코는 줄줄 흐르지 풀면 절반이 피가 섞여 나오지 코 주변 피부는 전문가(?)님 말씀으로는 진피가 손상될 지경이라고 하지…
결국은 다리를 움직일 기운도 없이 너무 힘들어져서, 렌조라 정상이 저 위에 올려다보이는 바위 지대에서 무케시에게 쉬었다 가자고 했다.
그렇게 쉬다가 움직이니 다행히 약간 충전이 되어 디리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빠르진 못해도 여튼 움직일 정도만 되어도 어디냐. 그렇게 또 죽을 사람처럼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한 발 한 발 올라 렌조라 정상에 도착한다. 확실히 내가 중간에 이상할 정도로 지쳐서 그렇지 콩마라, 촐라보다 난이도는 낮은 거 같다.
정상에서의 뷰는 멋있다. 고쿄 호수가 내려다보이고 그 위로 에베레스트와 로체가 보인다. 혜초 자료에 렌조라를 넘기 전 고쿄 호수와 에베레스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라더니 이거였구나. 여기도 촐라 정상처럼 태양열 콘센트가 있는 게 재미있다. 하지만 노래 틀고 춤추는 가이드들은 이번에 없다ㅋ
무케시가 고쿄에서 싸온 간식을 여기서 먹을까 했지만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서 좀 더 가서 먹자고 하고 바로 반대편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참 신기한게, 올라온 길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들과 마찬가지로 대자연 속 야생 그 자체였는데, 어째 내려가는 길은 꽤 정비된 넓은 돌계단이다! 아니 해발 5,400미터나 되는 곳인데 왜 여기만 인간의 손길이 닿은 길이 있지? 신기하고도 감사한 마음으로 바람을 피해 무릎 부담이고 나발이고 빠르게 다다닥 하산한다. 그러나 정상에서만 심하게 몰아치는 줄 알았던 바람은 내려와서도 마찬가지라서, 결국 바람 심하게 부는 돌로 쌓은 휴식처에 앉아 싸온 음식을 먹었다.
이후 길은 산들 사이로 나 있는 넓은 대지를 걷는 거라 편했다. 로부체에서 종라 갈 때의 풍경처럼 광대한 아름다움에 둘러싸여(그리고 엄청난 바람과 먼지에 둘러싸여) 걷다 보면 저 한참 아래 룽덴이 보인다. 즉 평지에 가까운 길을 가다가 갑자기 또 경사진 길이다. 으샤으샤 내려가서 룽덴의 3 pass lodge를 만난다. 3 pass를 이제 막 완주한 자에게 참 어울리는 롯지 이름이로다. 무케시와 드디어 3 pass를 끝냈다며 신나게 하이파이브를 하고 롯지 안으로 들어간다.
무케시가 8시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했는데 진짜 8시간이 걸렸다. 더 빨리 올 수 있었는데 내가 초반에 한 번 퍼지고 이후 간식먹는 데 시간을 너무 오래 써서… 여튼 이렇게 니번 트레킹의 모든 메인 이벤트가 끝났다!!! 내일부터는 미친듯한 하산만이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