쿰부 히말라야 3pass 11일차(로부체-종라)

아침 8시 15분경 출발, 11시 50분 경 도착. 로부체(4,930m)-종라(4,830). 5천 미터 전후 마을들 사이의 길은 어딜가나 눈부시게 아름답다. 롯지를 나서는데 오늘도 날씨는 여전히 화창하고 우리를 둘러싼 설산들은 변함없이 그 자리이 우뚝서서 트레커들을 반겨준다. 먼저 평지를 걸어나가는데 생각보다 다리에 힘이 있다. 오늘도 어제 로부체 도착 직전처럼 비실대며 걸을 줄 알았는데. 이틀 전 EBC 다녀올 때 완전히 탈진해버렸었는데, 그 다음날 그 몸을 이끌고 무려 해발고도 5,600미터 가량의 칼라파타르를 올라갔다 오질 않았나, 그리고나서 또 죽을 힘을 다해 로부체로 가서 밤에 그리 푹 자지는 못하고 그리고나서 오늘인데, 이 정도 힘이 난다는 건 어느 정도의 회복이 이루어졌다는 얘기다. 어제 밥을 제대로 먹어서일까 아니면 내 회복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일까. 신기하다. 여튼 다리에 기운이 난다는 것은 그만큼 여유를 가지고 주변 경관을 즐기며 걸을 수 있다는 말이다. 로부체에서 종라로 걸어가는 길은 모든 순간이 다 아름다운 길이었다. 4번 정도 쉬어간 거 같은데 그 때마다 사진과 피크바이저 캡처를 남겼다. 타보체와 촐라체를 향해 진행하는 방향이고, 왼편으로는 눕체를 흘려보내며 저 멀리 아마다블람은 아직도 따라오고 있고, 캉테가 등도 보이며 뒤의 푸모리는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EBC와 칼라파타르에서는 눕체가 메인이었고, 팡보체에서 딩보체로 이동할 때는 로체가 메인이었던 것 처럼, 오늘은 타보체와 촐라체가 나에겐 메인이다. 타보체는 처음부터 보였고 언젠가부터 촐라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무케시는 촐라체라고 했고 피크바이저는 이름 표시를 안해줘서 긴가민가 했으나, 바로 아래에 있는 호수가 촐라초이고 나중에 도착한 종라가 바로 그 촐라체 추정 산 아래에 있는데 롯지 이름 중 하나가 촐라체 게스트하우스 인걸 보니 촐라체가 맞는 것 같다. 박범신 작가님의 소설 촐라체! 그리고 그 소설의 실제 주인공 박정헌 대장! 그들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였던 곳이 바로 저 산이란 말인가? 처음 드러난 촐라체는 유난히 뾰족해 보여서, 바로 옆에 있는 타보체에 비해 훨씬 눈길이 빼앗는 매력이 있다. 종라로 갈수록 보이는 방향이 달라지면서 처음보다는 덜 뾰족해 보이는데 그래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종라를 다 와가니 서서히 다리 힘이 떨어지면서 힘이 부치기 시작하는 동시에 배가 무지하게 고프다. 종라에 도착하자마자 무엇을 먹어볼까 행복한 상상을 한다. 어제 그제만 해도 포리지조차 소회 멋시킬까봐 쫄아 있었는데, 이제는 뭐든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어제까지 잘 못먹어서 힘들었는데, 이렇게 걸을 수 있고,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뭐 먹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아 쿰부 3패스는 사람을 아주 단순한 것으로도 웃고 울리는구나. 잠만 잘 자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밥을 잘 먹는 것만 해도 행복하고. 너무나 파란 하늘에 웅장한 설산을 배경으로 독수리 세 마리가 날아 가는 것만 봐도 너무 행복하고.

Hiking/Backpacking

Solukhumbu, Koshi Province, Nepal
dunya.miro photo
time : Mar 15, 2025 8:12 AM
duration : 3h 39m 36s
distance : 6.5 km
total_ascent : 151 m
highest_point : 4933 m
avg_speed : 2.5 km/h
user_id : dunya.miro
user_firstname : Miro
user_lastname : Jo
아침 8시 15분경 출발, 11시 50분 경 도착. 로부체(4,930m)-종라(4,830). 5천 미터 전후 마을들 사이의 길은 어딜가나 눈부시게 아름답다. 롯지를 나서는데 오늘도 날씨는 여전히 화창하고 우리를 둘러싼 설산들은 변함없이 그 자리이 우뚝서서 트레커들을 반겨준다. 먼저 평지를 걸어나가는데 생각보다 다리에 힘이 있다. 오늘도 어제 로부체 도착 직전처럼 비실대며 걸을 줄 알았는데. 이틀 전 EBC 다녀올 때 완전히 탈진해버렸었는데, 그 다음날 그 몸을 이끌고 무려 해발고도 5,600미터 가량의 칼라파타르를 올라갔다 오질 않았나, 그리고나서 또 죽을 힘을 다해 로부체로 가서 밤에 그리 푹 자지는 못하고 그리고나서 오늘인데, 이 정도 힘이 난다는 건 어느 정도의 회복이 이루어졌다는 얘기다. 어제 밥을 제대로 먹어서일까 아니면 내 회복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일까. 신기하다. 여튼 다리에 기운이 난다는 것은 그만큼 여유를 가지고 주변 경관을 즐기며 걸을 수 있다는 말이다. 로부체에서 종라로 걸어가는 길은 모든 순간이 다 아름다운 길이었다. 4번 정도 쉬어간 거 같은데 그 때마다 사진과 피크바이저 캡처를 남겼다. 타보체와 촐라체를 향해 진행하는 방향이고, 왼편으로는 눕체를 흘려보내며 저 멀리 아마다블람은 아직도 따라오고 있고, 캉테가 등도 보이며 뒤의 푸모리는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EBC와 칼라파타르에서는 눕체가 메인이었고, 팡보체에서 딩보체로 이동할 때는 로체가 메인이었던 것 처럼, 오늘은 타보체와 촐라체가 나에겐 메인이다. 타보체는 처음부터 보였고 언젠가부터 촐라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무케시는 촐라체라고 했고 피크바이저는 이름 표시를 안해줘서 긴가민가 했으나, 바로 아래에 있는 호수가 촐라초이고 나중에 도착한 종라가 바로 그 촐라체 추정 산 아래에 있는데 롯지 이름 중 하나가 촐라체 게스트하우스 인걸 보니 촐라체가 맞는 것 같다. 박범신 작가님의 소설 촐라체! 그리고 그 소설의 실제 주인공 박정헌 대장! 그들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였던 곳이 바로 저 산이란 말인가? 처음 드러난 촐라체는 유난히 뾰족해 보여서, 바로 옆에 있는 타보체에 비해 훨씬 눈길이 빼앗는 매력이 있다. 종라로 갈수록 보이는 방향이 달라지면서 처음보다는 덜 뾰족해 보이는데 그래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종라를 다 와가니 서서히 다리 힘이 떨어지면서 힘이 부치기 시작하는 동시에 배가 무지하게 고프다. 종라에 도착하자마자 무엇을 먹어볼까 행복한 상상을 한다. 어제 그제만 해도 포리지조차 소회 멋시킬까봐 쫄아 있었는데, 이제는 뭐든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어제까지 잘 못먹어서 힘들었는데, 이렇게 걸을 수 있고,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뭐 먹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아 쿰부 3패스는 사람을 아주 단순한 것으로도 웃고 울리는구나. 잠만 잘 자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밥을 잘 먹는 것만 해도 행복하고. 너무나 파란 하늘에 웅장한 설산을 배경으로 독수리 세 마리가 날아 가는 것만 봐도 너무 행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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