쿰부 히말라야 3pass 10일차_1 (칼라파타르)

오전에 고락셉에서 칼라파타르를 다녀왔다. 8시 출발, 12시반 도착. 어제 EBC 갔다가 오는 길에 완전히 탈진해버려서 평지도 걷기 힘든 몸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칼라파타르를 다녀올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정도였다. 다행히 오후에 방에서 좀 쓰러져 있다보니 저녁엔 약간 기력을 회복했고, 무케시와 얘기하여 칼라파타르는 일출을 포기하고 해 뜨고 난뒤 다녀오는 걸로 하고, 다녀와서 고락셉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 로부체까지만 이동하는 걸로 했다. 날씨는 참 감사하게도 정말 화창하지만, 오늘은 히말라야를 접한 이후로 가장 심한 바람이 분다. 한 번씩 내가 바람에 휘청대니 뒤에 따라오던 무케시가 바람이 불어오는 내 오른쩍에 붙어서 바람을 막아줄 정도였다. 기특한 자식. 어제의 탈진을 겪었기 때문에 오늘은 아주 작정하고 천천히 걷기로 해서, 스틱을 지팡이처럼 짚으며 나는 꼬부랑 100세 할머니다 하고 스스로를 세뇌시키며 처언처언히 걷는다. 칼라파타르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르막밖에 없다. 다리를 한발짝 한발짝 옮기는데, 여태까지는 다리에 힘이 없이 움직이기 힘들었다면 이제 아프기까지 하다. 다행히 조금 걸으니 다리가 약간 익숙해졌고, 워낙 천천히 움직이니 호흡 가쁜 것도 별로 없다. 여긴 신기하게 오르막길 중간중간 벤치가 마련되어 있다. 앉기 편한 벤치는 아니지만 있는 거에 감사해야지. 빈 샴푸병을 재활용해 만든 거라고 적혀 있다. 올라갈수록 눕체 뒤로 에베레스트가 점점 더 많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눈이 적어 까만 에베레스트. 세계 최고봉이라 히말라야에서 가장 유명하지만, 실제로 와보면 에베레스트보다는 눕체나 로체, 아마다블람, 푸모리 등에 더 눈이 간다. 2시간 이상이 걸려서야 겨우 칼라파타르 정상에 도착. 힘들었지만 뷰는 정말 좋다. 푸모리 바로 아래에 위치한 칼라파타르에서는 아름다운 눕체를 비롯해 검은 삼각형으로 솟은 에베레스트, 그 사이에 빼꼼히 보이는 로체, 그리고 멀리 홀로 우뚝 솟아있는 아마다블람(여기서 보는 아마다블람 뷰가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았음), 그리고 트레킹 초창기부터 보이던 탐세르쿠까지.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 더불어 해발 5,655m,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와 있다는 환희까지. 그것도 콩마라를 넘고 EBC까지 다녀온 이후에. 내려오는 길도 속도는 느렸지만 올라가는 것보단 확실히 빨랐고, 총 4시간 반 정도 걸려 다시 고락셉에 도착했다. 그저께까지만 해도 내 이동속도는 아주 빠르진 않아도 괜찮은 편에 속해서, 어딜 가든 무케시가 말한 예상시간보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적게 걸렸었다. 근데 어제 EBC를 다녀올 때 4시간 정도 걸릴 거랬는데 가는 길은 빨랐으나 돌아오는 길에 지쳐 나가떨어지는 바람에 딱 4시간 정도가 걸렸고, 오늘의 칼라파타르는 4시간 정도 걸릴 거랬는데 4시간 반이나 걸려버렸다. 처음으로 예상 시간을 넘겨버린 것이다. 고소적응은 너무 완벽해서 머리도 안아프고 잠도 잘자는데, 체력이 바닥나버리다니.. 촐라를 넘으려면 오늘 내일 페이스 조절을 잘 해서 최대한 에너지를 모으는 수 밖에 없다. 살려줘ㅋㅋㅋ

Hiking/Backpacking

Solukhumbu, Koshi Province, Nepal
dunya.miro photo
time : Mar 14, 2025 8:14 AM
duration : 4h 18m 2s
distance : 3.6 km
total_ascent : 410 m
highest_point : 5651 m
avg_speed : 1.1 km/h
user_id : dunya.miro
user_firstname : Miro
user_lastname : Jo
오전에 고락셉에서 칼라파타르를 다녀왔다. 8시 출발, 12시반 도착. 어제 EBC 갔다가 오는 길에 완전히 탈진해버려서 평지도 걷기 힘든 몸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칼라파타르를 다녀올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정도였다. 다행히 오후에 방에서 좀 쓰러져 있다보니 저녁엔 약간 기력을 회복했고, 무케시와 얘기하여 칼라파타르는 일출을 포기하고 해 뜨고 난뒤 다녀오는 걸로 하고, 다녀와서 고락셉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 로부체까지만 이동하는 걸로 했다. 날씨는 참 감사하게도 정말 화창하지만, 오늘은 히말라야를 접한 이후로 가장 심한 바람이 분다. 한 번씩 내가 바람에 휘청대니 뒤에 따라오던 무케시가 바람이 불어오는 내 오른쩍에 붙어서 바람을 막아줄 정도였다. 기특한 자식. 어제의 탈진을 겪었기 때문에 오늘은 아주 작정하고 천천히 걷기로 해서, 스틱을 지팡이처럼 짚으며 나는 꼬부랑 100세 할머니다 하고 스스로를 세뇌시키며 처언처언히 걷는다. 칼라파타르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르막밖에 없다. 다리를 한발짝 한발짝 옮기는데, 여태까지는 다리에 힘이 없이 움직이기 힘들었다면 이제 아프기까지 하다. 다행히 조금 걸으니 다리가 약간 익숙해졌고, 워낙 천천히 움직이니 호흡 가쁜 것도 별로 없다. 여긴 신기하게 오르막길 중간중간 벤치가 마련되어 있다. 앉기 편한 벤치는 아니지만 있는 거에 감사해야지. 빈 샴푸병을 재활용해 만든 거라고 적혀 있다. 올라갈수록 눕체 뒤로 에베레스트가 점점 더 많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눈이 적어 까만 에베레스트. 세계 최고봉이라 히말라야에서 가장 유명하지만, 실제로 와보면 에베레스트보다는 눕체나 로체, 아마다블람, 푸모리 등에 더 눈이 간다. 2시간 이상이 걸려서야 겨우 칼라파타르 정상에 도착. 힘들었지만 뷰는 정말 좋다. 푸모리 바로 아래에 위치한 칼라파타르에서는 아름다운 눕체를 비롯해 검은 삼각형으로 솟은 에베레스트, 그 사이에 빼꼼히 보이는 로체, 그리고 멀리 홀로 우뚝 솟아있는 아마다블람(여기서 보는 아마다블람 뷰가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았음), 그리고 트레킹 초창기부터 보이던 탐세르쿠까지.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 더불어 해발 5,655m,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와 있다는 환희까지. 그것도 콩마라를 넘고 EBC까지 다녀온 이후에. 내려오는 길도 속도는 느렸지만 올라가는 것보단 확실히 빨랐고, 총 4시간 반 정도 걸려 다시 고락셉에 도착했다. 그저께까지만 해도 내 이동속도는 아주 빠르진 않아도 괜찮은 편에 속해서, 어딜 가든 무케시가 말한 예상시간보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적게 걸렸었다. 근데 어제 EBC를 다녀올 때 4시간 정도 걸릴 거랬는데 가는 길은 빨랐으나 돌아오는 길에 지쳐 나가떨어지는 바람에 딱 4시간 정도가 걸렸고, 오늘의 칼라파타르는 4시간 정도 걸릴 거랬는데 4시간 반이나 걸려버렸다. 처음으로 예상 시간을 넘겨버린 것이다. 고소적응은 너무 완벽해서 머리도 안아프고 잠도 잘자는데, 체력이 바닥나버리다니.. 촐라를 넘으려면 오늘 내일 페이스 조절을 잘 해서 최대한 에너지를 모으는 수 밖에 없다. 살려줘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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