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gin-si, Gyeonggi, South Korea
time : Jun 22, 2025 1:37 PM
duration : 2h 13m 54s
distance : 5.2 km
total_ascent : 216 m
highest_point : 351 m
avg_speed : 3.1 km/h
user_id : Gastong
user_firstname : 김학선
user_lastname :
K는 기흥에 산다. 기흥은 서울과 비슷한 면적을 가진 용인시의 서쪽 끝, 수지와 이웃한 지역이다. 이쪽에는 예전엔 잘 몰랐지만, 해발 500미터가 채 안 되는 소소한 산들이 무척 많다. 작년부터 K는 무봉산(360.2m), 부아산(402.8m), 함박산(349.2m) 같은 동네 산들을 하나씩 오르기 시작했고, 단톡방에는 정상 사진을 곧잘 올리곤 했다. K가 아니었다면 이름조차 몰랐을 산들이다. 보통 등산 좀 한다는 사람들은 자기 동네 산을 넘어 북한산의 암릉을 타고, 더 나아가 설악산이나 지리산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는데, K는 도통 용인 밖을 나갈 생각이 없다. 같은 등산이라 해도 취향은 제각각인데 K는 아마도 ‘산책향’인 듯하다.
지난주, K가 부아산 정상 사진을 올렸고 나는 댓글로 “같이 가자”고 남겼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K와 함께 용인의 함박산에 오를 수 있었다. 몇 달 전, K와 함께 무봉산을 오른 대원 B는 ‘풍경향’이라서인지 그쪽 산은 재미없다며 거절했고, 나중에 K를 북한산으로 유도하기 위한 ‘거래용’ 함산이라 주장했지만, 이마저 뿌리쳤다.
용인 IC에서 신기마을까지는 잘 닦인 국도를 타고 갔지만, 마을에서 함박산 들머리인 신기저수지까지 가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도로는 차 한 대 간신히 지나갈 만큼 좁았고, 가드레일도 없어 자칫하면 논두렁으로 떨어질 판이었다. 둔덕에 피어 있던 개망초마저 없었다면, 풍경은 너무 살벌했을 것이다. 꼬불꼬불 외길을 달려 저수지에 도착하니, K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의 경품, ‘옥수수수염차’를 건네받고 본격적인 산행 시작. 그전에, 먼저 개망초부터 찍자. 간이 주차장엔 개망초가 천지였다. 꼭 일 년 전, 대원 P와 함께 갔던 유명산에도 개망초가 한가득 피어 있었지. 다시 걷고 싶다, 구름이 걸쳐 지나던 유명고도.
울창한 숲길엔 야자매트가 깔려 있었다. 30도에 육박하는 기온이었지만, 나무들이 햇빛을 가려줘 바람 없이도 상쾌했다. 땀 흘릴 틈도 없이 30분 남짓 올랐을 뿐인데 벌써 정상이다. 해발이 낮은 이유도 있겠지만, 출발점인 신기저수지가 이미 해발 150미터다. 대청봉도 이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히말라야를 오르는 사람에겐 대청봉도 이런 느낌일까. 허무맹랑한 생각을 하며 스테비아 토마토를 꺼내 먹고, 잠시 휴식.
정상에서 조금 내려오면 함박산 둘레길과 만나는데, 그 지점부터는 완만했던 경사마저 거의 사라져 걷기 편한 길이 이어진다. 용인시가 관리를 잘해서 그런지 이정목도 잘 세워져 있고, 탐방로도 정비가 잘 되어 있다. 그런데 의외로 홍보가 덜 되어선지 인적은 드문 편이다. 덕분에 친구와 호젓하게 산책할 수 있었지만, 노약자도 편히 걸을 수 있을 만큼 길이 좋으니 좀 더 많은 사람이 찾았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지도를 보니 이 둘레길은 명지대 용인캠퍼스를 감싸 도는 캠퍼스 둘레길과 사실상 같다. 길의 끝은 명지대로 이어졌고, 학교를 따라 걷다가 출발지인 신기저수지로 되돌아오며 산행을 마쳤다. 중간에 B에게서 “보고용” 전화가 왔다. 그 통화에서 K와의 거래가 성사됐고, 7월에 북한산 일정을 잡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K는 B의 빡셈을 두려워하며 “코스 선택을 B에게 맡기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이미 B에게 선택권을 줬고, 대신 두 가지 조건을 붙여놨다. 쉬운 코스일 것, 그리고 계곡에서 마무리할 것. 과연 B는 어떤 코스를 고를까. 그리고 K는 어떤 산행을 하게 될까. 자못 궁금해지는 북한산 예고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