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유산

구천동 주차장 - 구천동탐방지원센터 - 인월담 - 칠봉 - 설천봉 - 향적봉 - 향적봉 대피소 - 중봉 - 향적봉 - 백련사 - 구천동탐방지원센터 - 구천동 주차장 감히 장담하는데 이번 5월은 올해 최악의 달로 기억될 것 같다. 넷째 주까지는 제주도 출장도 다녀오고 기분 좋게 마무리했으나, 다섯 째 주가 정말 최악이었다. 감당이 불가능한 과도하면서도 불합리한 단기 업무 계획으로 인해 한 주 내내 기분이 바닥을 찍었고, 친한 사람과의 갑작스러운 작별 소식은 가슴에 구멍이 뚫린 듯한 느낌을 안겨주었다. 정말 괴로웠고 뭘 해도 나아지지 않았다. 한 주 내내 기분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집에 틀어박혀 있는 건 피해야했고, 무엇인가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깊이 매몰될 수 있는 활동이 필요했다. 자연스럽게 산이 생각났고, 긴 등산 시간과 힘에 부칠 난이도를 고려해보니 소백산과 덕유산이 후보지로 떠올랐다. 소백산은 한창 철쭉 개화 시기라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을테니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 뻔했고, 그 동안 가보지 못했던 덕유산 칠봉 코스를 오르기로 했다. 경사가 어마어마하다고 들었으므로 머릿 속을 비우기도 좋을 것이었다. 잘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하고 새벽 4시부터 준비해서 오전 7시부터 등산을 시작했다. 징검다리 연휴기도 했고 사람이 거의 찾지 않는 칠봉 코스여서 그런지 정상까지 오르는 내내 등산객은 나 혼자 뿐이었다. 정말 강하게 치고 오르게 만드는 가파른 경사, 무성한 조릿대와 수풀 덕에 한 사람 겨우 지나갈만한 등산로, 시종일관 달라붙는 날벌레와 거미줄, 경로를 계속 확인하게 만드는 애매한 등산로 등 평소라면 짜증을 불러일으킬만한 요소들로 가득한 산행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오히려 좋았다. 올라가는 행위에만 매몰되어 다른 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가슴 속의 무언가가 비워지긴 했나보다. 설천봉에 도착해서 CCTV 화면 촬영도 할 정도로 기운이 났던 걸 보면. 향적봉에 오르니 내가 오늘의 두 번째 방문객이었다. 오늘만큼은 정말 느긋하게, 충분히 머물다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뭐라도 더 하나 내려놓을 수 있도록. 쾌청하게 맑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향적봉과 중봉의 애매하게 흐린 배경에서 사진도 꽤 찍고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며 그저 머물렀다. 그러다 점점 몰려드는 즐거운 사람들을 뒤로 하고 다시 아무 생각 없이 백련사로 내려와 어사길을 걸었다. 그 동안 정말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어사길이었지만 오늘은 참 고마운 길이었다. 이제는 털어내야만 하니까. 기나긴 길을 걸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고, 참 많이 내려놓았고, 또 참 많이 쌓아올렸다. 명경담이 특히 고마웠다. 내일부터는 다시 힘을 낼 수 있기를. 행복해질 수 있기를.

Hiking/Backpacking

Muju-gun, Jeonbuk State, South Korea
csh330 photo
time : May 31, 2025 6:52 AM
duration : 8h 11m 57s
distance : 19.3 km
total_ascent : 1321 m
highest_point : 1639 m
avg_speed : 3.1 km/h
user_id : csh330
user_firstname : 상훈
user_lastname : 최
구천동 주차장 - 구천동탐방지원센터 - 인월담 - 칠봉 - 설천봉 - 향적봉 - 향적봉 대피소 - 중봉 - 향적봉 - 백련사 - 구천동탐방지원센터 - 구천동 주차장 감히 장담하는데 이번 5월은 올해 최악의 달로 기억될 것 같다. 넷째 주까지는 제주도 출장도 다녀오고 기분 좋게 마무리했으나, 다섯 째 주가 정말 최악이었다. 감당이 불가능한 과도하면서도 불합리한 단기 업무 계획으로 인해 한 주 내내 기분이 바닥을 찍었고, 친한 사람과의 갑작스러운 작별 소식은 가슴에 구멍이 뚫린 듯한 느낌을 안겨주었다. 정말 괴로웠고 뭘 해도 나아지지 않았다. 한 주 내내 기분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집에 틀어박혀 있는 건 피해야했고, 무엇인가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깊이 매몰될 수 있는 활동이 필요했다. 자연스럽게 산이 생각났고, 긴 등산 시간과 힘에 부칠 난이도를 고려해보니 소백산과 덕유산이 후보지로 떠올랐다. 소백산은 한창 철쭉 개화 시기라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을테니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 뻔했고, 그 동안 가보지 못했던 덕유산 칠봉 코스를 오르기로 했다. 경사가 어마어마하다고 들었으므로 머릿 속을 비우기도 좋을 것이었다. 잘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하고 새벽 4시부터 준비해서 오전 7시부터 등산을 시작했다. 징검다리 연휴기도 했고 사람이 거의 찾지 않는 칠봉 코스여서 그런지 정상까지 오르는 내내 등산객은 나 혼자 뿐이었다. 정말 강하게 치고 오르게 만드는 가파른 경사, 무성한 조릿대와 수풀 덕에 한 사람 겨우 지나갈만한 등산로, 시종일관 달라붙는 날벌레와 거미줄, 경로를 계속 확인하게 만드는 애매한 등산로 등 평소라면 짜증을 불러일으킬만한 요소들로 가득한 산행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오히려 좋았다. 올라가는 행위에만 매몰되어 다른 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면서 가슴 속의 무언가가 비워지긴 했나보다. 설천봉에 도착해서 CCTV 화면 촬영도 할 정도로 기운이 났던 걸 보면. 향적봉에 오르니 내가 오늘의 두 번째 방문객이었다. 오늘만큼은 정말 느긋하게, 충분히 머물다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뭐라도 더 하나 내려놓을 수 있도록. 쾌청하게 맑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향적봉과 중봉의 애매하게 흐린 배경에서 사진도 꽤 찍고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며 그저 머물렀다. 그러다 점점 몰려드는 즐거운 사람들을 뒤로 하고 다시 아무 생각 없이 백련사로 내려와 어사길을 걸었다. 그 동안 정말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어사길이었지만 오늘은 참 고마운 길이었다. 이제는 털어내야만 하니까. 기나긴 길을 걸으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고, 참 많이 내려놓았고, 또 참 많이 쌓아올렸다. 명경담이 특히 고마웠다. 내일부터는 다시 힘을 낼 수 있기를. 행복해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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