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 가리봉, 주걱봉, 삼형제봉

꿈 꾸던 곳이었다. 대청에서, 서북능선에서, 귀때기청에서, 안산에서, 점봉산에서도… 어디서 봐도 잘생긴 조각상 같은 모습을 보여주던 남설악의 간판스타 가리능선의 봉우리들… 그리고 그곳에서 안산을 바라보고 싶었다. 미완으로 끝난 도전 몇 가지를 놓쳤고 부족했다. 이번 주 들어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네 번의 산행, 분명한 무리. 거기에 더해 저녁 시간에 매일 두 시간 이상씩 테니스를 쳤다. 난 이삼십대가 아닌데 가끔 그걸 잊는다. 더웠다. 더워도 너무 더웠다. 폭염경보가 내려졌는데 무시했다. 내가 가리봉에 올랐을 때 기온은 31도였으며 바람은 없었다. 능선에, 정상에 섰을 때 볕은 화살처럼 내 정수리에, 목덜미에, 팔뚝에, 종아리에 꽂혔다. 아팠고 내 전의를 꺾어버렸다. 안이했다. 쉽게 봤으며 가볍게 생각했다. 자만했으며 까불었다. 준비도 덜했다. 그 댓가는 가혹했다. 바닥난 체력과 부족한 물, 거칠고 아리송한 등로는 결국 삼형제봉 정상 바로 아래에서 내 발길을 돌려세웠다. 솔직히, 한발자국만 더 움직였다간 죽을 것만 같았다. 거기에 더해 처음부터 끝까지 날 괴롭힌 것이 있는데 살다살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다. 바로 소등에다. 마치 소형 드론처럼 두 마리가 계속 날 따라오며 윙윙거렸고 후반부엔 내 등에 달라붙어 피를 빨았다. 가리봉 정상에서도, 삼형제봉 아래에서도…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온다. 정말 최악이었다. 그러나, 이런저런 것들을 종합해서 결론을 내린다면, 보기 좋은 떡이 꼭 맛있지는 않다 라는 것이다. 어디에서 봐도 늘 멋진 모습을 보여주던 가리봉, 주걱봉이 실상 그 안에 들어섰을 땐 거칠었고 날것 그대로의 모습이었으며 무자비했다. 모르겠다. 그 거친 매력에 다음에 다시 그곳으로 날 이끌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 생각은, 가리능선은 건너편 서북능선에서 그냥 바라보는 것이 더 좋겠다 라는 것이다. 가을에 단풍이 들고, 컨디션이 살아나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지. 그게 설악이니까…

Hiking/Backpacking

Inje-gun, Gangwon State, South Korea
runholic photo
time : Jul 26, 2025 7:53 AM
duration : 8h 48m 3s
distance : 8.6 km
total_ascent : 1020 m
highest_point : 1518 m
avg_speed : 1.3 km/h
user_id : runholic
user_firstname : 동호
user_lastname : 조
꿈 꾸던 곳이었다. 대청에서, 서북능선에서, 귀때기청에서, 안산에서, 점봉산에서도… 어디서 봐도 잘생긴 조각상 같은 모습을 보여주던 남설악의 간판스타 가리능선의 봉우리들… 그리고 그곳에서 안산을 바라보고 싶었다. 미완으로 끝난 도전 몇 가지를 놓쳤고 부족했다. 이번 주 들어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네 번의 산행, 분명한 무리. 거기에 더해 저녁 시간에 매일 두 시간 이상씩 테니스를 쳤다. 난 이삼십대가 아닌데 가끔 그걸 잊는다. 더웠다. 더워도 너무 더웠다. 폭염경보가 내려졌는데 무시했다. 내가 가리봉에 올랐을 때 기온은 31도였으며 바람은 없었다. 능선에, 정상에 섰을 때 볕은 화살처럼 내 정수리에, 목덜미에, 팔뚝에, 종아리에 꽂혔다. 아팠고 내 전의를 꺾어버렸다. 안이했다. 쉽게 봤으며 가볍게 생각했다. 자만했으며 까불었다. 준비도 덜했다. 그 댓가는 가혹했다. 바닥난 체력과 부족한 물, 거칠고 아리송한 등로는 결국 삼형제봉 정상 바로 아래에서 내 발길을 돌려세웠다. 솔직히, 한발자국만 더 움직였다간 죽을 것만 같았다. 거기에 더해 처음부터 끝까지 날 괴롭힌 것이 있는데 살다살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다. 바로 소등에다. 마치 소형 드론처럼 두 마리가 계속 날 따라오며 윙윙거렸고 후반부엔 내 등에 달라붙어 피를 빨았다. 가리봉 정상에서도, 삼형제봉 아래에서도…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온다. 정말 최악이었다. 그러나, 이런저런 것들을 종합해서 결론을 내린다면, 보기 좋은 떡이 꼭 맛있지는 않다 라는 것이다. 어디에서 봐도 늘 멋진 모습을 보여주던 가리봉, 주걱봉이 실상 그 안에 들어섰을 땐 거칠었고 날것 그대로의 모습이었으며 무자비했다. 모르겠다. 그 거친 매력에 다음에 다시 그곳으로 날 이끌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 생각은, 가리능선은 건너편 서북능선에서 그냥 바라보는 것이 더 좋겠다 라는 것이다. 가을에 단풍이 들고, 컨디션이 살아나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지. 그게 설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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