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123번째 (육봉능선 - 연주대 - 과천향교)

관악산에 123번째로 오르는 산행이면서, 올해 상반기의 마지막 산행이었습니다. 123이라는 숫자가 무슨 의미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연속되는 세자릿수가 흔한 것도 아니어서, 올해 꼭 해보고 싶었던 등산을 준비했습니다. 관악산에서 가장 험하다는 '육봉능선'을 오르게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위험한 등산로라고 알려진 곳입니다. 물론 경사가 험하고, 천길 낭떨어지가 있는 곳은 북한산, 도봉산에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험한 등산로로 이 곳이 언급되는 이유는 '안전장치'가 전혀 없다는 것이 큰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등산 유투버 분들이 설명하는 영상을 보면 정말 아찔했습니다. 스토리 위주로 설명하는 분들은 아주 위험한 3, 4봉은 우회하기도 했구요, 코스를 정밀하게 설명하는 분들은 오히려 설명을 듣다가 '저게 가능해?'라고 혀를 내두르게 되었습니다. 오늘 오후에 출발하면서 내심 기대한 것은 그래도 오르는 분들이 있다면 암릉의 공략 방식을 배워볼 수 있지 않을까였습니다. 하지만 무더위와 러브버그의 창궐에 오후 2시 이후에 육봉능선을 오르는 분은 없었고, 결국 이곳 육봉능선을 전세낸 마냥 혼자 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조금만 위험해보이면 바로 우회하자고 스스로 다짐을 했더랬습니다. 그 무섭다는 3, 4봉은 결국 우회를 했지만, 그게 아니라도 이 구간은 정말 힘들고 무서운 곳이었습니다. 우회가 불가능하다는 1, 2봉(2봉은 제한적으로 우회가 됩니다)의 경우 어디가 오를 수 있는 곳인지 판단이 안 설 정도로 암릉이 거칠었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오르지도 내리지도 못하게 느껴져서 절망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역시 나는 등린이구나. 다시 한 번 깊이 겸손을 배우고 온 셈입니다. 때로는 우회하고, 때로는 과거 공략한 분의 후기를 찾아보고, 그도 안되면 암릉 자락에서 유투브 영상을 틀어보면서 봉우리를 올랐습니다. 뭔가를 해냈다는 기쁨이나, 뭘 해도 이겨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안전하게 마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것과 여전히 등산은 참 어렵고, 위험요소가 많은 반면 나는 숙련이 부족하다는 반성이었습니다. 언젠가 여길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좀 더 철저히 준비를 하고 오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혼자 오지는 않을 듯 합니다. 육봉 국기봉에서 관양능선으로 내려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래도 관악산 등산인데 연주대는 가봐야 하지 않나 싶어서 주능선을 탔습니다. 가져온 물이 부족해서 탈진이 걱정되었지만, 연주대에서는 음료를 보급할 수 있으니 거기까지만 어떻게든 가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출발 할 때 1리터도 채 가져오지 않았던 물은 육봉 국기봉 도착 시 300ml 정도가 남아있었고 이마저도 말바위 능선에 도착할 때 쯤에는 절반 이하로 남아있었습니다. 탈진의 위험이 있었습니다(실제로 약간의 탈진 증세를 경험하면서 이동했습니다). 셋 중에 하나는 판단을 했어야 했었습니다. 출발할 때 물을 2리터 이상 가지고 있었거나, 육봉 국기봉에서 관양능선으로 하산을 했거나, 아니면 최소한 말바위 능선을 타지 말고 연주암으로 내려가서 거기서 물을 먹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연주대로 올라왔어야 합니다. 다행히 사고는 없었지만, 이 점은 제가 만용을 부린 부분이 아니었나 반성도 해봅니다. 도전은 아름다움 것이고, 모험은 신나는 일이지만, 안전은 양보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안전이 무너지면 도전은 무모한 어리석음이 되고, 모험은 슬품의 단초가 되어버리게 됩니다. 힘들고 어려운 산행이었지만, 다시 한 번 안전에 대한 마음을 새겨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육봉능선 산행은 즐겁기만 한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크게 배우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Hiking/Backpacking

Gwacheon-si, Gyeonggi, South Korea
yangwenli77 photo
time : Jun 29, 2025 2:36 PM
duration : 4h 3m
distance : 9.1 km
total_ascent : 654 m
highest_point : 649 m
avg_speed : 2.8 km/h
user_id : yangwenli77
user_firstname : Sean
user_lastname : Y
관악산에 123번째로 오르는 산행이면서, 올해 상반기의 마지막 산행이었습니다. 123이라는 숫자가 무슨 의미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연속되는 세자릿수가 흔한 것도 아니어서, 올해 꼭 해보고 싶었던 등산을 준비했습니다. 관악산에서 가장 험하다는 '육봉능선'을 오르게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가장 위험한 등산로라고 알려진 곳입니다. 물론 경사가 험하고, 천길 낭떨어지가 있는 곳은 북한산, 도봉산에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험한 등산로로 이 곳이 언급되는 이유는 '안전장치'가 전혀 없다는 것이 큰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등산 유투버 분들이 설명하는 영상을 보면 정말 아찔했습니다. 스토리 위주로 설명하는 분들은 아주 위험한 3, 4봉은 우회하기도 했구요, 코스를 정밀하게 설명하는 분들은 오히려 설명을 듣다가 '저게 가능해?'라고 혀를 내두르게 되었습니다. 오늘 오후에 출발하면서 내심 기대한 것은 그래도 오르는 분들이 있다면 암릉의 공략 방식을 배워볼 수 있지 않을까였습니다. 하지만 무더위와 러브버그의 창궐에 오후 2시 이후에 육봉능선을 오르는 분은 없었고, 결국 이곳 육봉능선을 전세낸 마냥 혼자 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조금만 위험해보이면 바로 우회하자고 스스로 다짐을 했더랬습니다. 그 무섭다는 3, 4봉은 결국 우회를 했지만, 그게 아니라도 이 구간은 정말 힘들고 무서운 곳이었습니다. 우회가 불가능하다는 1, 2봉(2봉은 제한적으로 우회가 됩니다)의 경우 어디가 오를 수 있는 곳인지 판단이 안 설 정도로 암릉이 거칠었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오르지도 내리지도 못하게 느껴져서 절망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역시 나는 등린이구나. 다시 한 번 깊이 겸손을 배우고 온 셈입니다. 때로는 우회하고, 때로는 과거 공략한 분의 후기를 찾아보고, 그도 안되면 암릉 자락에서 유투브 영상을 틀어보면서 봉우리를 올랐습니다. 뭔가를 해냈다는 기쁨이나, 뭘 해도 이겨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안전하게 마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것과 여전히 등산은 참 어렵고, 위험요소가 많은 반면 나는 숙련이 부족하다는 반성이었습니다. 언젠가 여길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좀 더 철저히 준비를 하고 오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혼자 오지는 않을 듯 합니다. 육봉 국기봉에서 관양능선으로 내려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래도 관악산 등산인데 연주대는 가봐야 하지 않나 싶어서 주능선을 탔습니다. 가져온 물이 부족해서 탈진이 걱정되었지만, 연주대에서는 음료를 보급할 수 있으니 거기까지만 어떻게든 가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출발 할 때 1리터도 채 가져오지 않았던 물은 육봉 국기봉 도착 시 300ml 정도가 남아있었고 이마저도 말바위 능선에 도착할 때 쯤에는 절반 이하로 남아있었습니다. 탈진의 위험이 있었습니다(실제로 약간의 탈진 증세를 경험하면서 이동했습니다). 셋 중에 하나는 판단을 했어야 했었습니다. 출발할 때 물을 2리터 이상 가지고 있었거나, 육봉 국기봉에서 관양능선으로 하산을 했거나, 아니면 최소한 말바위 능선을 타지 말고 연주암으로 내려가서 거기서 물을 먹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후 연주대로 올라왔어야 합니다. 다행히 사고는 없었지만, 이 점은 제가 만용을 부린 부분이 아니었나 반성도 해봅니다. 도전은 아름다움 것이고, 모험은 신나는 일이지만, 안전은 양보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안전이 무너지면 도전은 무모한 어리석음이 되고, 모험은 슬품의 단초가 되어버리게 됩니다. 힘들고 어려운 산행이었지만, 다시 한 번 안전에 대한 마음을 새겨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육봉능선 산행은 즐겁기만 한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크게 배우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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