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천대피소는 바닥에 불이 안들어온다.
Gurye-gun, Jeollanam-do, South Korea
time : Dec 26, 2024 7:36 AM
duration : 8h 47m 14s
distance : 10.8 km
total_ascent : 797 m
highest_point : 1583 m
avg_speed : 1.5 km/h
user_id : chogeni
user_firstname : 세은
user_lastname : 박
친한 친구에게 노고단 풍경 사진을 보냈더니 자연과 하나가 되는 느낌이겠다고 답장이 왔다.
자연과 하나가 되기는 커녕 자연에게 엄청나게 공격당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무지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장갑이 부실한지 손가락은 얼 것 같았고 찬 바람에 콧물은 계속 나오고 안경에 김이 껴서 앞은 안 보이고 눈이 많이 쌓여서 계속 푹푹 빠지고 낮은 온도로 인해 마실 물에는 얼음이 동동 뜨고 있었다.
집에 있었다면 따뜻한 온수매트 안에서 맛있는 음식을 배달시켜서 먹으면서 재밌는 동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냈을텐데 왜 나는 천국같은 집을 떠나서 한랭지옥같은 이 길을 바람을 맞으며 또 홀로 걷고 있는건가
자연이 좋아서도 산이 좋아서도 풍경을 보고 싶어서도 건강을 위해서도 아닌데 ...
운봉무덤쯤 오니 불현듯 정답이 떠올랐다.
결국은 성장하고 더 나아지고 싶어서 여기에서 걷고 있었다는걸.
언젠가 더 높고 더 추운 산에 갈 지 모르는데 더 경험을 쌓고 더 강해지고 싶어서 천국같은 집을 떠나 여기 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국에 있어봐야 허무하고 시간낭비 후에는 후회만 되니까.
내일은 더 춥다고 한다.
성장이고 뭐고 집으로 가버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