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dong-gun, Gyeongsangnam-do, South Korea
time : Jul 11, 2025 1:29 PM
duration : 3h 37m 33s
distance : 5.4 km
total_ascent : 523 m
highest_point : 592 m
avg_speed : 2.1 km/h
user_id : wyjun2000
user_firstname : 거사
user_lastname : 꼴방
조선시대 선비들의 산행이 정신수양의 일종으로 여겨졌다는 사실은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우연한 계기로 남명 조식선생의 지리산산행기인 유두류록이 번역출간되었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되어 책을 구입하여 읽어 보었다. 읽어보니 화개동 일대, 특히 쌍계사에서 불일폭포까지의 구간에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었다.
예전에 쌍계사는 잠깐 들러서 저녁 타종소리를 한참 동안이나 지켜 본 적은 있었지만 쌍계사 위로 불일폭포가 있다는 사실은 알지도 못하였다. 문득 궁금증이 생겨 가보기로 하였다. 시간이 나면 근처 서산대사길도 걸어보고...
햇볕이 쨍쨍한 한 여름의 산행이다보니 조금만 걸어도 땀범벅이다. 군데군데 해설표지판이 많은데 이 길을 다녀간 등장 인물들이 예사롭지 않다. 최치원, 보조국사 지눌, 이인로, 조식, 김일손, 허목, 이수광, 이중환...
청학동의 정확한 위치가 어디인지는 오랜 옛날부터도 설이 많았던 모양이지만 조선시대 선비들은 불일폭포 일대를 철석같이 청학동으로 여겼다고 한다. 오르다보니 이 양반들이 과장광고한거 아녀?? 하는 의심이 솔솔 올라온다. 근처에 평지가 좀 있기는 하지만 만명이 살기에는 택도 없고 그저 두 어 가구 농사 짓고 살만한 정도다. 호리병 속의 별천지라 불리기에는 더더욱 아니다. 하기야 게으른 나에게는 시원한 방구석이 호리병 속의 별천지이니 시대와 상황이 그 때와 다르기는 하다.
내려오니 서산대사길을 걷는다는 것은 무리이고 대신 서산대사길의 끝지점인 의신마을까지 차를 몰아 보기로 한다. 길가가 거의 펜션 민박집이라 마땅히 주차할 곳이 없었지만 소방서 앞마당에 겨우 한 자리를 얻었다.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있었다. 뉘엿뉘엿 해가 기울고 있어서 역광에 비치는 계곡 풍경이 멋지다. 오늘의 사진을 여기서 건지려나? 그러나 카메라, 삼각대 없이는 사진같은 사진은 어렵다. 스마트폰이 꽤 좋아졌지만 결정적인 장면에서는 카메라가 늘 아쉽다. 거금을 들인 나의 오막포는 장농 속에서 꽤 긴 잠을 주무시고 계시다...
의신마을에서 도로가 끝나는 지점까지 차를 몰아 올라가 본다. 여기를 또 언제 오겠는가? 그러나 포장도로가 끝나고 임도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차를 돌리기로 한다. 길은 더 좁아지고 중간에 다른 차를 만나면 꽤 골치 아프다.
내려오는 길에 들른 쌍계사 앞 상가식당의 재첩정식이 꽤 맛이 있다. 새끼손톱의 반의 반도 안되는 것들이 자글자글하게 들어있어서 좀 거시기하다. 이런 것들까지 쓸어오면 재첩이 남아나겠나 싶다. 어릴 땐 제일 싫어하던 음식이었는데 나이가 드니 이제는 없어서 먹기 어렵다.
매번 늦은 등산에 늦은 하산이다보니 현지 식당을 찾는 일이 드물었지만 오늘은 여유로운 일정이 되었다.
* 이 정도 분량의 산행기를 처음 씁니다만, 정성스럽게 길게 쓰시는 님들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더는 힘들 것 같아요. 에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