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ngpyeong-gun, Gyeonggi, South Korea
time : Sep 27, 2025 10:54 AM
duration : 7h 52m 5s
distance : 13 km
total_ascent : 1021 m
highest_point : 1149 m
avg_speed : 1.9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교통 : 지하철 이용 홀로 산행
코스 : 용문사 – 가섭봉 – 장군봉 – 함왕봉 – 사나사 – 용천2리 버스정류장
금강초롱이 아직 피어 있을 때 다녀오려고 마음을 먹었었는데 어찌어찌 하다 보니 가을 문턱에 들어서야 다시 용문산에 갈 여유가 생겼다. 요즘은 수시로 비가 내리는데 오늘은 그 틈새 맑은 날이 하루 있기에 스스럼없이 집을 나섰다. 아침 햇살이 황금빛으로 물드는데, 이런 날이면 새벽에 산에 올라 일출을 보면 좋겠지만 굳이 일출을 보지는 못하더라도 맑은 햇빛 아래 산길을 걷는 것도 그 못지 않게 즐거운 일이다.
용문산 역에서 밖으로 나오니 곧바로 버스 정류장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용문사에 가는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데 나는 배낭을 매고 혼자 가는 것을 보니 식당에 들를 행색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눈길도 주지 않고 가버린다. 하지만 버스가 곧이어 오기에 그 식당차와 별 차이 없이 용문사 입구에 갈 수 있었다.
신라 때 처음 지어졌다는 용문사다. 절에서는 해설사가 절 앞에 우람하게 서 있는 은행나무를 가리키며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신라 마지막 왕이었던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개골산으로 들어가다가 이 용문사에 들러 심은 것이라고 한다. 대략 서기 935년에 심은 것이라고 하면 1,100 살도 더 되는 나무다. 높이가 약 40 미터나 되는 나무가 어떻게 삼투압 작용을 통해 물을 그 머리 꼭대기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인지 놀라운 일이다. 원래 용문사가 있어서 유명해진 나무였겠 지만, 이제는 용문사가 그 은행나무 덕을 톡톡이 보고 있다.
용문사 절을 벗어나 한 걸음 산길로 접어들면 그 번잡하던 인적은 끊어지고 그 대신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한동안 함께 한다. 이 용문산은 차돌 바위산이다. 마당바위까지 이르는 동안 오른쪽 (용문봉) 뿐만 아니라 왼쪽에도 깨진 차돌바위가 늘어 서 있고 계곡에는 굴러 떨어져 나온 차돌 바위로 가득 차 있다.
용문사에서 1.6 킬로미터 떨어진 마당바위 위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이 마당바위에서 왼쪽 능선으로 오르는 짧은 길은 깔딱고개다. 나와 반대로 내려오는 산객들이 무릎을 다칠까 염려하며 매우 조심스럽게 기어 내린다.
용문산 위에는 가을 그림자가 서성거린다. 아래쪽에는 아직 꽃봉오리로 남아 있는 꽃향유도 위에는 이미 활짝 펴서 향기를 듬뿍듬뿍 뿌려주고, 바위 위에는 쑥부쟁이와 구절초가 아름답다. 마음이 급한 단풍 나무 몇 그루는 벌써 홍조를 띠고 있고 산 전체에 누른 빛이 역력하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 10월 23일)도 멀지 않았고 곧 설악을 시작으로 전국이 단풍으로 붉게 물들 날도 코 앞에 와 있다. 다음주말이면 설악에 단풍이 예쁘게 들 것 같다.
용문산의 최고봉 가섭봉에서 주변의 산군을 둘러보고 백운봉 쪽으로 하산하려 하였으나 백운봉 나무계단이 수리 중이라서 통제한다 기에 함왕봉에서 사나사로 내려갔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한적한 길이다. 어떤 곳은 흔적이 희미하여 자세히 살펴보고 길을 찾았다. 개울을 두어 번 건너고 나니 사나사로 내려가는 계곡 길이 뚜렷하고 편안하다. 최근 비가 여러 번 내린 때문인지 계곡에 작은 폭포들이 우렁찬 소리를 내며 흐른다.
사나사에 도착하니 오후 6시가 넘었다. 산골의 해는 이미 서산으로 기울고 여명이 희미하다. 늦은 참배객 두 분이 절 건물 사이를 힘겹게 걸어간다. 아들이 아버지를 부축하여 참배를 온 모양이다. 일주문으로 내려가는 길에 보살 한 분이 올라오기에 버스를 어디에서 타면 되느냐고 물으니 잠시 머뭇거리다가 택시를 부르던지 용천 2리 마을회관까지 약 2 킬로미터를 걸어가야 한다고 가르쳐 주었다.
산꾼에게 이런 평지 2 킬로미터는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거리다. 아직 여명이 남아 있어 길도 훤하다. 맑은 구름이 듬성거리는 푸른 하늘에 초승달이 실눈을 뜨고 졸고 있다. 용천2리 버스 정류장에는 수퍼 마켓이 있다. 콜라 한 병 사 마시고 버스 시간을 물어보니 7시 20분에 있다고 한다. 40분 정도 기다리면 되겠다. 하늘에 남아 있던 여명도 점차 시들고 어두워지는 차도에 전깃불이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