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kcho-si, Gangwon State, South Korea
time : Sep 5, 2025 3:54 AM
duration : 12h 28m 57s
distance : 8.3 km
total_ascent : 568 m
highest_point : 696 m
avg_speed : 1.1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목요일 (9월 4일) 밤 11시 양정역에서 모였다. 한섭 님이 새로 산 현대 하이브리드 SUV 차를 타고 서울 양양간 고속도로를 달려 한 시간 반 만인 5일 0시 30분 설악동 B지구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서울과 설악산간의 거리가 이렇게 짧았던가 하는 기분이 들었다. 텅빈 넓은 주차장에 주차하고 잠을 자기로 하였다. 한섭 님은 침낭을 들고 공원 벤치 아래에 자리 잡고 누웠다. 나는 잠을 청하려 하였으나 낯선 환경에 잠은 일찌감치 멀리 달아나 버렸다. 차 밖으로 나와 공원과 주차장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하늘에는 구름이 두텁게 끼어 있고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진다. 요즘 오락가락하는 비 예보에서 벗어나 설악을 찾았지만 그 비 구름 영역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는 모양이다.
공원 벤치 위에서 잠을 자려 해 보았지만 추워서 그런지 머리는 더욱 맑아진다. 다시 차 안으로 들어가 눈을 감았다. 그렇게 잠과 씨름하고 있는데 새벽 3시가 되자 상수 형님이 차 밖으로 나가더니 트렁크에서 조리기구를 챙긴다. 그 사이 한섭 님과 술람미 님도 더 이상 참과 씨름하는 것이 의미 없음을 알고 모여서 라면을 끓인다. 상수 형님은 사모님이 준비해 주셨다면서 만두와 찰밥을 내 놓는다. 라면 세 봉지를 넣고 만두를 끓이니 네 명이서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별을 따는 소년 (별따소)
소공원 주차장에 차를 대고 쌍천을 건너는 비룡교를 지나 비룡폭포로 향했다. 4시가 갓 넘은 시각, 아직도 사방에는 어둠이 웅크린 채 낯선 이들을 감시하고 있다. 각자 랜턴을 들고 발 앞 돌부리를 비추면서 걷는 발걸음이 무척 빠르다. 주변에 아무것도 볼 것이 없으니 발걸음을 잡는 것은 거친 숨소리와 뜨거운 땀방울뿐이다. 육담폭포를 지나고 바위꾼들에게만 허용된 빗장문을 열었다. 여기부터는 일반 이 토왕골에 걸쳐 있는 바위길을 타겠다고 미리 신고를 한 사람들만 통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비탐길이라도 개의치 않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탐방로는 사람들이 다닌 흔적으로 밤길에도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뚜렷했다.
비룡폭포 상단을 지나고 계곡을 따라 가는 길에는 작은 돌을 쌓아 놓은 케른(돌무더기)이 이어져 있고 가끔 선답자들이 나무에 매달아 놓은 시그널도 보인다. 이 토왕골 계곡을 끼고 있는 바위길은 왼편으로 솜다리의 추억, 경원대 길, 별을 따는 소년 등이 있고, 오른쪽 노적봉으로 오르는 4인의 우정길도 있으며, 계곡의 끄트머리에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길다고 하는 토왕성 폭포가 있기 때문에 비록 공식적인 탐방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계곡을 찾는 사람들이 제법 많은가 보다.
우리가 오늘 오르려고 하는 바위길은 ‘별을 따는 소년’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을 가진 길이다. 상수 형님은 설악산 리지 길 중에서 매우 쉬운 편에 드는 리지 길이라서 대부분 초보자들이 찾아오는 곳이라고 하였다. 바위길을 걸어본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쉬운지 모르겠지만 어느 코스든 두 발과 두 팔을 이용하여 매달리고 당기면서 힘을 써야 오를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 형님의 말씀은 참조만 할 뿐이다.
램블러 앱에 따라가기로 설정해 놓은 길을 따라 가는데도 헷갈린다. 계곡을 벗어나 땀을 흘리면서 올라가 보니 길이 잘 못 되었다고 한다. 왼편에는 솜다리의 추억 길이 웅장하게 서 있다. 우리는 다시 계곡으로 내려가 위쪽으로 조금 걸어 올라갔다. 이제 날이 서서히 밝아온다. 6시가 지나고 미명이 열리니 주변의 암릉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과 마주한다.
우리는 오른쪽으로 조금 올라가서 주변 바위봉우리들을 살펴보았다. 가까이 토왕성 폭포가 펼쳐져 있다. 봉우리 위로 흰 구름 덩어리가 흐르는 모습이 진경 산수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 앞에는 솜다리의 추억과 경원대길 그리고 별따소 암릉이 펼쳐져 있지만 어느 것이 어떤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
다시 계곡으로 내려가 왔던 길을 조금 아래쪽으로 걸어갔다. 빗방울이 떨어진다. 고인돌처럼 아래쪽에 비를 가려주는 바위 아래에서 잠시 비를 피하면서 간식을 먹었다. 비는 지나가는 가랑비였다. 그래도 마음 속에는 바위가 젖으면 미끄러워서 제대로 된 리지 산행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일었다.
좀 전에 길을 잘 못 들었다고 했던 지점으로 올라가서 이번에는 그 길 위쪽으로 계속 올라갔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이 길은 왼편으로 ‘솜다리의 추억’이 있고 오른편에 우리가 갈 ‘별따는 소년’길이 있는 그 사이의 육산길을 오른 것이었다. 나무가 있는 흙길이라서 나무를 잡으면서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
https://blog.naver.com/bks12345678/120134221192
그렇게 해서 우리가 별을 따기 위해 올라선 암릉은 이미 5피치를 뒤에 두고 6피치를 시작하는 지점이었다. 여전히 가는 비는 오락가락하고 우리는 그 빗길에 처음부터 시작했다면 미끄러워서 고생했을 거라면서 스스로 위안하며 정식으로 리지 산행을 시작하였다. 힘든 코스는 다 지나온 격이라지만 여전히 발 디딜만한 틈이 없고 손 잡을 만한 곳도 마땅치 않아 까탈 스러운 6피치와 거북 등처럼 갈라졌지만 손으로 잡고 오르기에는 위험스러워 프렌드 (캠미)를 바위틈에 꽂아서 잡고 올라가야 하는 곳도 있어 여러모로 쉬운 코스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11피치에서는 뾰족뾰족한 바위가 칼날처럼 늘어선 길 위에 로프를 깔고 그 로프에 확보줄(탯줄)을 걸고 걸어가는 코스다. 난이도로 보면 11피치는 쉬운 편에 속하지만 스릴도 느끼고 풍경이 아름답기는 여기가 최고인 듯 싶었다. 마지막 피치를 끝내고 우리는 바위 사이에 모여 앉아 점심을 먹었다.
토왕성 폭포
하산길은 좌토왕골과 벌따소 사이 가파른 길이다. 몇 년 전 겨울에 눈 쌓인 길을 올라왔던 기억이 새롭다. 경사가 급하니 돌이 구를까 조심스럽고, 흙길에는 넘어지지 않으려 애를 써야 한다. 작은 계곡이라서 물이 길 위로 넘쳐 흐른다. 길에는 물봉선, 과남풀, 투구꽃 등 가을꽃이 피고 있었다.
지계곡 길을 내려오다가 우리는 새벽 어둠 속에 보았던 토왕성 폭포에 가보기로 하였다. 전에 왔을 때는 불법으로 훔쳐본 토왕성 폭포였지만 오늘은 떳떳하게 허가를 받고 들어와 마음이 편안하였다. 토왕성 폭포는 길이가 300 여 미터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폭포다. 하지만 오랜 가뭄 끝에 비는 내리는 둥 마는 둥 하여 폭포의 물줄기는 아주 가늘었다.
계곡을 내려오다가 꽤 깊고 넓은 못(潭)에 들어가 수영도 하고 더운 몸을 식히면서 여유를 부렸다. 이렇게 대낮에 산을 내려오게 되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비룡폭포와 육담폭포 드을 구경하면서 몸을 온전히 두 다리에 맡기고 터벅터벅 걸어 내려가는 기분이 참 좋았다.
저녁은 닭갈비로
차를 타고 속초 시내로 나갔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긴장이 풀리고 어젯밤에 놓쳐버렸던 잠이 스멀스멀 기어 들어온다. 하나로 마트로 가는 길에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정말 그 짧은 시간에 잠들었는데도 내가 코를 골았다면서 모두 놀려댄다.
마트에서 상수형님의 주도로 쌀 1 kg, 닭갈비 재료, 상추, 양배추 등을 사고 막걸리와 맥주 등 주류 그리고 콜라 한 병을 샀다. 내일 먹을 아침 거리로는 대구탕 재료를 사 들고 숙소로 돌아왔다.
부족한 잠과 산행으로 인한 피로가 한꺼번에 범벅이 되어 몸 속으로 들어온다. 눈이 감기고 몸은 어디에든 눕고 싶어한다. 대충 샤워를 하고 상수 형님이 준비한 닭갈비 요리 보조를 하고 쌀을 씻어 밥을 앉혔다. 시장하지는 않았지만 밥이 맛있다. 맥주 한 잔에 취기를 느끼며 설거지가 끝나자마자 자리에 누웠다. 아직 9 시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잠 잘 준비가 되었다.
하늘에 가득한 별을 따러 꿈 속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