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outh Korea
time : Jul 1, 2025 8:33 PM
duration : 2h 51m 1s
distance : 169.1 km
total_ascent : 879 m
highest_point : 704 m
avg_speed : 68.0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지난번 설악산을 다녀온 후 자신감이 팽배해진 것인지 열환이가 소백산 종주를 하자고 제안하였다. 소백산 종주? 요즘 각 산마다 코스를 길게 늘려서 종주라는 이름으로 탐방하는 것이 유행하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체력과 근성을 시험해보고, 다른 한편으로는 큰 산을 한번에 탐방할 수 있는 산행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산이 크지만 하룻밤 묵기에는 너무 작고 또 적당히 묵어갈 만한 장소가 없는 우리나라 산에서 창안해 낸 탐방이다.
나는 고인돌 형님을 따라 그동안 소백산을 여러 번 다녀왔고 대부분의 코스를 탐방해 보았기 때문에 열환이가 얘기한 죽령~구인사간 종주 코스를 그려볼 수 있었다. 신선봉까지는 서너 번 다녀왔고, 거기서 조금만 더 가면 민봉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나는 기왕이면 보름날에 가자고 제안하였다. 그러면 별로 볼 것도 없이 지루하기만 한 죽령~ 연화봉 구간을 달빛을 받으며 낭만적으로 걸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상상하였다. 열환이는 달력을 보며 스케쥴을 체크하더니 그날은 골프 모임이 있어서 안되니 좀 일찍 다녀오자고 하였고 우리는 6월 25일을 D-Day로 잡고 함께 할 친구들을 모았다. 그런데 장마철이라 날씨가 문제였다. 하필 그날 비 예보가 있어 급하게 일 주일 연기한 것이 바로 오늘이다.
풍기 역에 도착하기 전 열환이가 미리 개인 택시 기사님께 전화를 하였다. 역사 밖으로 나오니 벌써 차가 대기중이다. 대전에서 따로 출발한 철구가 도착하였고 우리는 죽령으로 향했다. 기사님은 배가 불뚝 나오고 힘들어 하신다는 느낌이 들었다. 연세가 일흔이라고 하신다. 인구 만 명 밖에 안되는 작은 도시이지만 풍기 시민들은 고향에 관해 자존심이 센 것 같다. 기사님에게 전에 소백산에서 만난 적이 있는 대금을 부는 박 씨 형님 이야기를 하니 아는 분이라고 한다. 요즘 그 분이 몸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하였다. 풍기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비슷한 연배들끼리 서로 안부를 묻고 아는 사이라고 한다. 지금은 젊은 사람들이 다 외지로 나가 살고 있어서 풍기에는 노인들만 조금 살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 지 걱정이라고 하신다. 인구가 줄어서 영주시에 편입되어 있는 것이 마뜩치 않아 보인다. 연세는 많아도 아직 안경 없이 밤에도 운전을 할 만큼 시력이 좋은 것에 대해 자긍심을 가진 기사님이시다.
https://namu.wiki/w/풍기읍
풍기(豊基)는 옛날 교통이 발달되지 않았던 시절 충북 단양과 함께 죽령 고개를 넘는 사람들의 교두보 역할을 하던 도시이다. 특산물로는 풍기 사과와 인삼 그리고 꿀이 유명하다. 기사님은 그보다도 풍기 인견(人絹)이 더 인기가 높다고 하신다. 인견은 나이롱 (Rayon)이라고도 부르는 합성섬유인데 섬유 생산으로 유명한 대구보다도 더 인기있는 것이 풍기 인견이라고 한다. 지금도 전국에서 인견을 사려고 풍기로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베틀 하나에 아가씨 한 명이 앉아서 베를 짜면 한 식구를 먹여 살릴 만큼 소득이 높았는데 요즘은 기계화되어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죽령 고개를 다 올라왔다. 고개 정상에 다다르니 갑자기 안개가 끼어 앞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택시 기사님은 안개등을 켜고 마지막 구간을 서행하면서 우리를 탐방안내소 입구에 내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