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숨은벽 리지 (백운대, 염초봉)

코스 : 밤골 ~ 숨은벽 ~ 호랑이굴 ~ 백운대 ~ 서북밴드 ~ 염초봉 ~ 밤골 마른 장마철인가? 일기 예보를 보면 거의 매일 비가 내린다 하는데 실제로 비가 내리는 경우는 드물고 내리더라도 그 양이 아주 적다. 옛날 경험했던 그런 장마하고는 거리가 멀다. 이번 주말에도 비 예보가 있고 나는 시골에 다녀올 계획을 세웠는데 그러다 보니 산행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에 목요일 밤 술람미 님에게 산행 계획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마침 술람미 님도 근무하지 않는 날이라서 우리는 의기투합하여 상수 형님께 북한산 숨은벽 리지 산행을 이끌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렇게 목요일 밤 늦게 산행 계획이 세워졌고, 우리는 금요일 아침 9시 연신내 역에서 만나 북한산으로 향했다. 내가 작년 초에 상수 형님을 북한산 원효봉에서 만난 후 북산산과 도봉산 그리고 설악산 등지의 릿지 코스를 따라다닌 지 이제 1년이 넘었는데, 나의 실력은 늘지도 않고 여전히 상수 형님이 깔아 놓은 로프에 매달려 겨우 바위를 오르는 수준이다. 그렇게 힘들게 오르더라도 막상 정상에 서면 포만감에 가슴이 벅차 오르는 것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을 밟을 수 있다는 생각과 거기서 바라보는 경치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리라. 숨은벽 능선 숨은벽은 북한산의 최고봉인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에 낮게 엎드려 있는 바위 능선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백운대나 인수봉이 조금 높기는 하지만 그 뿌리는 한 줄기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지금으로부터 1억 7천만년 전인 중생대 쥐라기에 대보 조산운동이 일어났고 그 때 땅속에 있던 마그마가 올라와 식어서 생겨난 산이라고 한다. 1억 7천만년이라는 세월은 평생 길어야 100년 사는 인간의 머리로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긴 세월이지만 그때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언뜻 생각하면 동물은 말할 것도 없고 나무도 때가 되면 다 죽게 마련이지만 바위만큼은 변함없이 오래 오래 사는 것 같은데, 그런 바위마저 생의 주기가 있다고 생각하니 불교에서 얘기하는 무상(無常)의 개념이 더욱 여기에도 나타나는 것 같다. 하늘에 구름이 생겨났다가 흩어지듯 물이나 땅에서도 정해진 형태가 없이 수시로 그 모양이 바뀌는 것이다. 처음 대보조산운동이 있었던 1억 7천만년 전 쥐라기때에 북한산의 높이가 10,000 미터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그 후 지속적으로 빗물에 씻기고 여러 번의 빙하기와 간빙기를 겪으면서 흙이 깎여 나가고 바위가 침식되어 떨어져 나가고 남아 있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본격적인 바위 능선은 해골바위에서 시작된다. 해골바위 위쪽에 있는 작은 슬랩을 오르기 위해 상수 형님이 바위에 붙어서 슬링줄을 매고 먼저 올라가신다. 이 코스는 슬링줄에 매달려서도 올라가기가 까다로운 곳이다. 바위는 오랜 기간의 침식작용으로 파이고 구르고 쪼개져 나가고 남은 모습이 해골 같고 고래 같고 새 같은 모습으로 보이지만 그거야 보는 사람의 생각인 것이고 바위 그 자체는 아무런 생각 없이 어떤 힘의 작용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고래등 바위를 지난다. 오른쪽은 100여미터 낭떠러지이고 왼쪽은 조금 완만한 흙 언덕이다. 시작할 때는 짙은 안개에 싸여 있던 백운대와 인수봉이 차츰 모습을 드러낸다. 뜨거운 햇볕이 가려져 힘든 산행의 수고를 덜어준다. 대슬랩 고래등 바위에서 조금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타난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인수봉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백운대로 가는 길이다. 이곳이 숨은벽 리지코스의 초입이다. 이 갈림길 왼편에 작은 초소가 있어 장비를 갖추지 않고 인수봉이나 숨은벽으로 오르려는 사람들을 통제한다. 이름하여 대슬랩. 얼핏 보아 약 60도 정도 기울어진 바위면이 약 60미터 이어져 있다. 슬랩으로 넘어가는 그 사이에는 옛날 대슬랩에서 떨어져 나온 듯한 커다란 바위 덩어리가 있는데 그 슬랩을 밟고 넘어서면서 리지 산행이 시작된다. 그 대슬랩 아래쪽 작은 바위 뒤쪽에서 장비를 착용한다. 상수 형님이 로프를 끌고 먼저 중간 지점까지 올라가서 확보를 한 다음 빌레이 준비를 한다. 이 대슬랩 전체가 1피치인데 이번에는 30미터짜리 로프를 가지고 왔기 때문에 두 번에 나눠서 진행한다. 릿지화를 신고 오르는데 몸을 앞으로 숙이고 손으로 짚으면서 올라가니 생각보다 밀리지는 않는다. 리지 산행을 하면서 제일 큰 장애는 두려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올라간 상수 형님이 빌레이를 보고 있으니 두려움을 거두고 걸어가니 어렵지 않게 1피치를 마칠 수 있었다. 2피치 작은 바위를 넘어서 2피치가 시작된다. 아래 대슬랩의 ½ 정도 되는 짧은 슬랩이다. 왼쪽에 비스듬한 ㄴ 자 모양의 바위 각진 곳을 따라서 올라간다. 고도를 높일 때마다 왼편 인수봉으로 오르는 바위 능선과 오른쪽 백운대로 오르는 능선길이 안개에 덮였다 벗겨지는 풍경이 번갈아 가며 아름답게 펼쳐진다. 2피치에서 다시 왼쪽으로 돌아 바위를 넘어가면 3피치가 시작되는데 점차 바위가 좁아지고 3피치는 바윗등을 타고 오른다. 여기까지 조심하면서 오르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피치의 개념이 없는 것 같다. 계단처럼 생긴 바윗길을 조금 내려섰다가 바위를 오른다. 상수 형님이 먼저 올라가서 슬링줄을 내려 주시고 우리는 이 줄을 몸에 고정시키고 상수 형님이 가리키는 바위를 밟고 잡으면서 오른다. 그렇게 오르고 나면 다시 조그만 오르막 바윗길이다. 상수 형님은 소위 손가락바위에 슬링줄을 고정시키고 우리에게 내려 주신다. 이 마지막 피치는 별다른 도움이 없어도 오를 수 있지만 상수 형님은 만일의 하나라도 실수하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생각에 꼭 로프를 매고 오르라고 충고하신다. 호랑이 굴 (범굴) 오후 1시 30분쯤 숨은벽 리지를 마쳤다. 숨은벽 정상에서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었다. 집에서 먹던 반찬 그대로 싸왔어도 마치 꿀을 부은 듯 입맛이 돈다. 종로 3가에서 사온 떡을 술람미 님이 싸온 꿀을 찍어 먹었다. 술람미 님은 하산하기 전에 백운대에 다녀가자고 한다. 나는 호랑이굴을 지나서 백운대에 오르자고 제안하였다. 상수 형님은 호랑이굴이 비탐길이라서 안 가본 지 10년도 더 된 것 같다고 하신다. 설왕설래 끝에 마침내 상수 형님이 앞장 서서 가기로 정하였다. 호랑이굴은 백운대 바위 아래 밑에 갈라진 굴이다. 배낭을 벗고도 낮게 엎드리고 옆으로 기다시피 몸을 바위에 쏠리면서 간신히 통과한다. 바위 벽면에는 엊그제 내린 빗물이 스며들어 젖어 있다. 밖으로 나와 작은 슬랩을 쉽게 오른다. 옆에 웅장하게 서 있는 인수봉이 더욱 가까이 보이고 나는 2021년에 지나간 길을 기억하며 옆으로 돌아 한 발짝 내려선다. 상수 형님이 먼저 지나가시더니 여기는 길이 아니니 오지 말라고 하신다. 진퇴양난. 갈수도 없고 뒤돌아가는 것도 여의치 않은 길이다. 나는 예전에 지나갔던 곳이기에 조심스럽게 따라가고 술람미 님도 뒤따라 지나왔다. 그리고 다시 좁은 바위틈에 발을 딛고 올라야 하는 약 3미터 정도 되는 바위길을 지나야 한다. 또 제일 먼저 상수 형님이 시도를 하는데 여기는 만만한 코스가 아니다. 너무 좁아서 발을 디딘 체 올라갈 수가 없다. 여러모로 숙고 끝에 배낭을 벗어 두고 양쪽 바위에 올라서서 기어서 올라가는 방법을 택했다. 내가 뒤에서 발을 받쳐주고 간신히 올라가셨다. 뒤에 오는 사람들은 발 미끄럼만 주의하면 된다. 나는 4년 전에 여기를 어떻게 올랐는지 신기하게 여겨졌다. 그 때는 장비도 없었고 리지화를 신지도 않았는데 여기를 올랐던 것은 어쩌면 이번에 길을 잘못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어렵사리 호랑이굴을 지나 백운대에 올랐다. 평일인 데다 더운 여름 날씨라서 그런지 그 북적거리던 백운대 정상이 한가하였다. 하산길에 염초봉을 넘어 차를 밤골에 두고 왔기에 다시 밤골로 내려가기 위해 상수 형님은 서북밴드를 넘어가시겠다고 한다. 길이 잘 되어 있다는 말에 따라 우리는 그 형님의 뒤를 따랐으나 이건 길이 아니다. 잡목이 우거지고 미끄러운 바윗길도 지나고 낙엽이 잔뜩 쌓인 바탈길도 오른다. 그리고 다시 작은 내리막 길에 이어 파란 이끼가 덮인 부서진 바위 너덜겅을 지나고 나자 길이 나타난다.

Hiking/Backpacking

Goyang-si, Gyeonggi, South Korea
bethewise photo
time : Jun 27, 2025 9:31 AM
duration : 8h 39m 37s
distance : 7 km
total_ascent : 789 m
highest_point : 842 m
avg_speed : 1.1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코스 : 밤골 ~ 숨은벽 ~ 호랑이굴 ~ 백운대 ~ 서북밴드 ~ 염초봉 ~ 밤골 마른 장마철인가? 일기 예보를 보면 거의 매일 비가 내린다 하는데 실제로 비가 내리는 경우는 드물고 내리더라도 그 양이 아주 적다. 옛날 경험했던 그런 장마하고는 거리가 멀다. 이번 주말에도 비 예보가 있고 나는 시골에 다녀올 계획을 세웠는데 그러다 보니 산행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에 목요일 밤 술람미 님에게 산행 계획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마침 술람미 님도 근무하지 않는 날이라서 우리는 의기투합하여 상수 형님께 북한산 숨은벽 리지 산행을 이끌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렇게 목요일 밤 늦게 산행 계획이 세워졌고, 우리는 금요일 아침 9시 연신내 역에서 만나 북한산으로 향했다. 내가 작년 초에 상수 형님을 북한산 원효봉에서 만난 후 북산산과 도봉산 그리고 설악산 등지의 릿지 코스를 따라다닌 지 이제 1년이 넘었는데, 나의 실력은 늘지도 않고 여전히 상수 형님이 깔아 놓은 로프에 매달려 겨우 바위를 오르는 수준이다. 그렇게 힘들게 오르더라도 막상 정상에 서면 포만감에 가슴이 벅차 오르는 것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을 밟을 수 있다는 생각과 거기서 바라보는 경치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리라. 숨은벽 능선 숨은벽은 북한산의 최고봉인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에 낮게 엎드려 있는 바위 능선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백운대나 인수봉이 조금 높기는 하지만 그 뿌리는 한 줄기다.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지금으로부터 1억 7천만년 전인 중생대 쥐라기에 대보 조산운동이 일어났고 그 때 땅속에 있던 마그마가 올라와 식어서 생겨난 산이라고 한다. 1억 7천만년이라는 세월은 평생 길어야 100년 사는 인간의 머리로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긴 세월이지만 그때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언뜻 생각하면 동물은 말할 것도 없고 나무도 때가 되면 다 죽게 마련이지만 바위만큼은 변함없이 오래 오래 사는 것 같은데, 그런 바위마저 생의 주기가 있다고 생각하니 불교에서 얘기하는 무상(無常)의 개념이 더욱 여기에도 나타나는 것 같다. 하늘에 구름이 생겨났다가 흩어지듯 물이나 땅에서도 정해진 형태가 없이 수시로 그 모양이 바뀌는 것이다. 처음 대보조산운동이 있었던 1억 7천만년 전 쥐라기때에 북한산의 높이가 10,000 미터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그 후 지속적으로 빗물에 씻기고 여러 번의 빙하기와 간빙기를 겪으면서 흙이 깎여 나가고 바위가 침식되어 떨어져 나가고 남아 있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본격적인 바위 능선은 해골바위에서 시작된다. 해골바위 위쪽에 있는 작은 슬랩을 오르기 위해 상수 형님이 바위에 붙어서 슬링줄을 매고 먼저 올라가신다. 이 코스는 슬링줄에 매달려서도 올라가기가 까다로운 곳이다. 바위는 오랜 기간의 침식작용으로 파이고 구르고 쪼개져 나가고 남은 모습이 해골 같고 고래 같고 새 같은 모습으로 보이지만 그거야 보는 사람의 생각인 것이고 바위 그 자체는 아무런 생각 없이 어떤 힘의 작용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고래등 바위를 지난다. 오른쪽은 100여미터 낭떠러지이고 왼쪽은 조금 완만한 흙 언덕이다. 시작할 때는 짙은 안개에 싸여 있던 백운대와 인수봉이 차츰 모습을 드러낸다. 뜨거운 햇볕이 가려져 힘든 산행의 수고를 덜어준다. 대슬랩 고래등 바위에서 조금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타난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면 인수봉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가면 백운대로 가는 길이다. 이곳이 숨은벽 리지코스의 초입이다. 이 갈림길 왼편에 작은 초소가 있어 장비를 갖추지 않고 인수봉이나 숨은벽으로 오르려는 사람들을 통제한다. 이름하여 대슬랩. 얼핏 보아 약 60도 정도 기울어진 바위면이 약 60미터 이어져 있다. 슬랩으로 넘어가는 그 사이에는 옛날 대슬랩에서 떨어져 나온 듯한 커다란 바위 덩어리가 있는데 그 슬랩을 밟고 넘어서면서 리지 산행이 시작된다. 그 대슬랩 아래쪽 작은 바위 뒤쪽에서 장비를 착용한다. 상수 형님이 로프를 끌고 먼저 중간 지점까지 올라가서 확보를 한 다음 빌레이 준비를 한다. 이 대슬랩 전체가 1피치인데 이번에는 30미터짜리 로프를 가지고 왔기 때문에 두 번에 나눠서 진행한다. 릿지화를 신고 오르는데 몸을 앞으로 숙이고 손으로 짚으면서 올라가니 생각보다 밀리지는 않는다. 리지 산행을 하면서 제일 큰 장애는 두려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올라간 상수 형님이 빌레이를 보고 있으니 두려움을 거두고 걸어가니 어렵지 않게 1피치를 마칠 수 있었다. 2피치 작은 바위를 넘어서 2피치가 시작된다. 아래 대슬랩의 ½ 정도 되는 짧은 슬랩이다. 왼쪽에 비스듬한 ㄴ 자 모양의 바위 각진 곳을 따라서 올라간다. 고도를 높일 때마다 왼편 인수봉으로 오르는 바위 능선과 오른쪽 백운대로 오르는 능선길이 안개에 덮였다 벗겨지는 풍경이 번갈아 가며 아름답게 펼쳐진다. 2피치에서 다시 왼쪽으로 돌아 바위를 넘어가면 3피치가 시작되는데 점차 바위가 좁아지고 3피치는 바윗등을 타고 오른다. 여기까지 조심하면서 오르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피치의 개념이 없는 것 같다. 계단처럼 생긴 바윗길을 조금 내려섰다가 바위를 오른다. 상수 형님이 먼저 올라가서 슬링줄을 내려 주시고 우리는 이 줄을 몸에 고정시키고 상수 형님이 가리키는 바위를 밟고 잡으면서 오른다. 그렇게 오르고 나면 다시 조그만 오르막 바윗길이다. 상수 형님은 소위 손가락바위에 슬링줄을 고정시키고 우리에게 내려 주신다. 이 마지막 피치는 별다른 도움이 없어도 오를 수 있지만 상수 형님은 만일의 하나라도 실수하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는 생각에 꼭 로프를 매고 오르라고 충고하신다. 호랑이 굴 (범굴) 오후 1시 30분쯤 숨은벽 리지를 마쳤다. 숨은벽 정상에서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었다. 집에서 먹던 반찬 그대로 싸왔어도 마치 꿀을 부은 듯 입맛이 돈다. 종로 3가에서 사온 떡을 술람미 님이 싸온 꿀을 찍어 먹었다. 술람미 님은 하산하기 전에 백운대에 다녀가자고 한다. 나는 호랑이굴을 지나서 백운대에 오르자고 제안하였다. 상수 형님은 호랑이굴이 비탐길이라서 안 가본 지 10년도 더 된 것 같다고 하신다. 설왕설래 끝에 마침내 상수 형님이 앞장 서서 가기로 정하였다. 호랑이굴은 백운대 바위 아래 밑에 갈라진 굴이다. 배낭을 벗고도 낮게 엎드리고 옆으로 기다시피 몸을 바위에 쏠리면서 간신히 통과한다. 바위 벽면에는 엊그제 내린 빗물이 스며들어 젖어 있다. 밖으로 나와 작은 슬랩을 쉽게 오른다. 옆에 웅장하게 서 있는 인수봉이 더욱 가까이 보이고 나는 2021년에 지나간 길을 기억하며 옆으로 돌아 한 발짝 내려선다. 상수 형님이 먼저 지나가시더니 여기는 길이 아니니 오지 말라고 하신다. 진퇴양난. 갈수도 없고 뒤돌아가는 것도 여의치 않은 길이다. 나는 예전에 지나갔던 곳이기에 조심스럽게 따라가고 술람미 님도 뒤따라 지나왔다. 그리고 다시 좁은 바위틈에 발을 딛고 올라야 하는 약 3미터 정도 되는 바위길을 지나야 한다. 또 제일 먼저 상수 형님이 시도를 하는데 여기는 만만한 코스가 아니다. 너무 좁아서 발을 디딘 체 올라갈 수가 없다. 여러모로 숙고 끝에 배낭을 벗어 두고 양쪽 바위에 올라서서 기어서 올라가는 방법을 택했다. 내가 뒤에서 발을 받쳐주고 간신히 올라가셨다. 뒤에 오는 사람들은 발 미끄럼만 주의하면 된다. 나는 4년 전에 여기를 어떻게 올랐는지 신기하게 여겨졌다. 그 때는 장비도 없었고 리지화를 신지도 않았는데 여기를 올랐던 것은 어쩌면 이번에 길을 잘못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어렵사리 호랑이굴을 지나 백운대에 올랐다. 평일인 데다 더운 여름 날씨라서 그런지 그 북적거리던 백운대 정상이 한가하였다. 하산길에 염초봉을 넘어 차를 밤골에 두고 왔기에 다시 밤골로 내려가기 위해 상수 형님은 서북밴드를 넘어가시겠다고 한다. 길이 잘 되어 있다는 말에 따라 우리는 그 형님의 뒤를 따랐으나 이건 길이 아니다. 잡목이 우거지고 미끄러운 바윗길도 지나고 낙엽이 잔뜩 쌓인 바탈길도 오른다. 그리고 다시 작은 내리막 길에 이어 파란 이끼가 덮인 부서진 바위 너덜겅을 지나고 나자 길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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