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가는 길 (동서울에서 한계령으로)

엊그제 (5월 16일) 두 달여 간의 긴 산불예방 기간이 끝나고 마침내 설악산이 열렸다. 그동안 산이 고팠던 정말 많은 사람들은 방금 잠에서 깨어난 설악산의 모습을 보기 위해 벌써부터 마음이 들떠 있었다. 전국의 내로라 하는 산악회들이 앞다퉈 회원을 모집하였고 평소 버스 한 대도 채우지 못하던 산악회들도 두 대 세 대씩 버스를 동원하였다. 이런 풍경은 해마다 설악산의 빗장이 열리는 날의 풍경이다. 나도 그 대열의 한 자리에 끼고 싶었다. 그런데 산악회 비용이 너무 부풀어져 있다. 지난 코로나 팬데믹 기간동안 44인승 버스는 개인에게 좀 더 편안하고 상호간의 접촉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는 28인승 리무진 버스로 바뀌면서 평소 버스 요금에 비해 세 배 정도로 상승하였다. 지금 서울에서 설악산 무박 산행요금이 44인승의 경우 3만 원 수준인데 반해 28인승의 리무진 버스는 5 만 원 안팎을 맴돈다. 그동안 돈의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일반 서민의 취미생활에서 5만원이라는 액수는 그 편안함에 대한 대가라고 하더라도 부담이 간다. 우선 장거리 산행을 앞두고 날씨를 관망하였다. 개방 당일인 5월 16일에는 비가 내렸다. 17일에도 비 예보가 있었으나 실제로 그 양은 미미했다. 18일에는 맑을 거라는 일기 예보에 따라 일단 산행일을 일요일로 잡았다. 그리고 버스에 빈 자리가 있는지 체크하였다. 이미 예매가 허용되는 한 달 전부터 토요일과 일요일 첫 차(06:30)와 두번째 (07:30) 차는 매진되어 있었다. 나는 혹시 중간에 취소하는 자리가 나기를 바라면서 여러 번 예매 사이트를 들여다보다가 한 자리를 차지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승객이 두 자리를 예매했다가 친구가 사정이 생겨서 취소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 분은 처음 예매창이 열렸을 때 금 토 일 첫차에 두 자리씩 예매를 했다가 다 취소하고 날씨가 좋은 오늘 한 자리만 남겨두었다고 한다. 그녀도 나처럼 귀때기청봉에서 대승령 구간을 탐방할 예정이라고 하였다. 원통 터미널에서 10분간 정차하면서 기사님에게 동서울로 돌아가는 차편을 물어보니 오후 5시경에 장수대를 지나는데 손을 들면 무조건 태워준다고 하였다. 나는 미리 예매했던 원통-동서울간 7시 30분 버스표를 취소하였다. 내 옆자리에 앉은 승객은 막차가 7시 넘어서 있다면서 자신은 그 차를 탈 예정이라고 알려주었다. 9시쯤 한계령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할 테니 오후 7시까지 총 10시간이 주어지는 셈이다. 오직 나에게만 주어진 그 시간동안 나는 낯선 설악의 산길을 걸을 것이다.

Road Trip

Seoul, South Korea
bethewise photo
time : May 18, 2025 6:28 AM
duration : 2h 15m 37s
distance : 164.8 km
total_ascent : 1574 m
highest_point : 937 m
avg_speed : 75.8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엊그제 (5월 16일) 두 달여 간의 긴 산불예방 기간이 끝나고 마침내 설악산이 열렸다. 그동안 산이 고팠던 정말 많은 사람들은 방금 잠에서 깨어난 설악산의 모습을 보기 위해 벌써부터 마음이 들떠 있었다. 전국의 내로라 하는 산악회들이 앞다퉈 회원을 모집하였고 평소 버스 한 대도 채우지 못하던 산악회들도 두 대 세 대씩 버스를 동원하였다. 이런 풍경은 해마다 설악산의 빗장이 열리는 날의 풍경이다. 나도 그 대열의 한 자리에 끼고 싶었다. 그런데 산악회 비용이 너무 부풀어져 있다. 지난 코로나 팬데믹 기간동안 44인승 버스는 개인에게 좀 더 편안하고 상호간의 접촉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는 28인승 리무진 버스로 바뀌면서 평소 버스 요금에 비해 세 배 정도로 상승하였다. 지금 서울에서 설악산 무박 산행요금이 44인승의 경우 3만 원 수준인데 반해 28인승의 리무진 버스는 5 만 원 안팎을 맴돈다. 그동안 돈의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일반 서민의 취미생활에서 5만원이라는 액수는 그 편안함에 대한 대가라고 하더라도 부담이 간다. 우선 장거리 산행을 앞두고 날씨를 관망하였다. 개방 당일인 5월 16일에는 비가 내렸다. 17일에도 비 예보가 있었으나 실제로 그 양은 미미했다. 18일에는 맑을 거라는 일기 예보에 따라 일단 산행일을 일요일로 잡았다. 그리고 버스에 빈 자리가 있는지 체크하였다. 이미 예매가 허용되는 한 달 전부터 토요일과 일요일 첫 차(06:30)와 두번째 (07:30) 차는 매진되어 있었다. 나는 혹시 중간에 취소하는 자리가 나기를 바라면서 여러 번 예매 사이트를 들여다보다가 한 자리를 차지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승객이 두 자리를 예매했다가 친구가 사정이 생겨서 취소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 분은 처음 예매창이 열렸을 때 금 토 일 첫차에 두 자리씩 예매를 했다가 다 취소하고 날씨가 좋은 오늘 한 자리만 남겨두었다고 한다. 그녀도 나처럼 귀때기청봉에서 대승령 구간을 탐방할 예정이라고 하였다. 원통 터미널에서 10분간 정차하면서 기사님에게 동서울로 돌아가는 차편을 물어보니 오후 5시경에 장수대를 지나는데 손을 들면 무조건 태워준다고 하였다. 나는 미리 예매했던 원통-동서울간 7시 30분 버스표를 취소하였다. 내 옆자리에 앉은 승객은 막차가 7시 넘어서 있다면서 자신은 그 차를 탈 예정이라고 알려주었다. 9시쯤 한계령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할 테니 오후 7시까지 총 10시간이 주어지는 셈이다. 오직 나에게만 주어진 그 시간동안 나는 낯선 설악의 산길을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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