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한계령에서 장수대로

사람들은 대부분 꽃을 좋아한다. 짧게 피었다가 금방 져버리기 때문에 아쉬움이 따르기 때문이고 그렇게 져버리면 일 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 꽃이라는 것은 무언가 유혹하기 위한 장치를 갖추고 있는 것도 한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꽃은 식물의 생식기(生殖器)다. 번식을 위해 암수 꽃가루가 수정을 위해서 필요한 장치(裝置)가 바로 꽃이다. 식물이 꽃을 피우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많은 식물은 뿌리에 그 에너지를 모아 두었다가 봄에 일찍 꽃을 피운다. 그렇게 씨앗을 맺고 나면 다시 햇볕을 받아 에너지를 만든다. 그러니 식물이 하는 일은 꽃을 피우고 에너지를 만들어 축적하는 일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들에서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것은 봄맞이 꽃이다. 그리고 제비꽃이다. 다른 키 큰 식물들이 그늘을 만들기 전에 그들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빨리 끝내야 한다. 산에서도 비슷한 절차가 진행된다. 노루귀나 복수초처럼 키가 작은 풀들은 주변에 키 작은 나무가 잎을 피우기 전에 모든 일을 마쳐야 한다. 그 다음에 진달래 등 키 작은 나무들이 꽃을 피운다. 이들은 봄이 진행되는 과정을 따라 아래쪽부터 차례로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자신들만의 식생(植生)을 펼치는 것이다. 털진달래 저지대에는 이미 대부분의 꽃이 지고 큰 키를 자랑하며 거의 일년 내내 꽃을 피우는 개망초나 애기똥풀만이 왕성하게 피어나는 이 시기에 잃어버린 봄을 찾으려면 산에 올라야 한다. 여름으로 달려가는 5월 중순이라도 해발고도 1,000 미터가 넘는 곳에는 아직 봄꽃이 한창이다. 귀때기청봉(1578)으로 오르기 위해 한계령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이미 시작지점인 한계령의 높이가 해발고도 1,004미터이기 때문에 이곳의 계절은 도심과 사뭇 다르다. 철쭉꽃이 이제 피기 시작했고 위로 오를수록 철쪽도 꽃 봉오리만 맺어 있다. 한계령 삼거리 (1,353)에는 나무 중에서 제일 일찍 꽃을 피우는 귀룽나무조차 꽃 봉오리를 맺기 시작했다. 그리고 귀때기청봉으로 오르는 돌무더기에 이르자 이미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봄이 활짝 피어 있었다. 털진달래가 올해는 한파를 입지 않은 채 온 산을 붉게 뒤덮고 있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여전히 신기하기만 하다. 모든 자연의 생물들은 꽃을 피우고 잎을 피우고 또 지는 시기를 외우고 있다. 올해도 5월 초에 눈도 내렸고 추운 날도 있었지만 이 꽃들은 그것마저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그 시기를 피해서 이렇게 황홀한 모습으로 피어난 것이다. 오랜 세월 온전히 자연에 의지해 살아온 꽃들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상당히 보수적이다. 활짝 피어 있는 꽃 사이사이 아직 터뜨리지 않은 꽃망울이 촘촘히 맺어 있다.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아직 피지 않은 진달래가 더 많았다. 앞으로 1주일 정도는 이 귀때기청봉이 꽃밭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꽃은 나무의 생식기(生殖器)이다. 풀나무가 자신의 생식기를 그렇게 아름답게 꾸미는 걸까? 인간의 눈으로 보면 꽃잎은 주로 흰색, 붉은색, 노랑색 등 대부분 밝은 원색으로 되어 있어 아름답다고 하지만 실제로 이 꽃들의 수정을 도와주는 곤충의 눈에는 어떻게 비치는지는 알 수 없다. 이 분야의 연구도 상당히 깊이 진행되어 있다고 한다. 봄은 이미 설악산의 중턱 위까지 올라와 있다. 아직 얼레지가 피어 있고, 산벚꽃이 만발했다. 노랑제비꽃과 양지꽃은 전성기에 와 있고 나도옥잠, 큰앵초, 자주솜대, 두루미풀 등 고산지대의 풀꽃들도 일주일새 피어날 것이다. 이 꽃들이 다 지고 나면 넓은 나뭇잎이 온 산을 푸르게 덮을 것이고 설악산은 바야흐로 여름으로 치달을 것이다. 오랜만에 문을 연 설악산에 봄꽃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매년 찾아오는 봄이지만 올 해 귀때기청봉의 털진달래 꽃 잔치는 정말 아름답고 신비로운 풍광이었다.

Hiking/Backpacking

#한계령 #대승령
Yangyang-gun, Gangwon State, South Korea
bethewise photo
time : May 18, 2025 8:44 AM
duration : 9h 43m 53s
distance : 12.8 km
total_ascent : 1147 m
highest_point : 1597 m
avg_speed : 1.5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사람들은 대부분 꽃을 좋아한다. 짧게 피었다가 금방 져버리기 때문에 아쉬움이 따르기 때문이고 그렇게 져버리면 일 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 꽃이라는 것은 무언가 유혹하기 위한 장치를 갖추고 있는 것도 한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꽃은 식물의 생식기(生殖器)다. 번식을 위해 암수 꽃가루가 수정을 위해서 필요한 장치(裝置)가 바로 꽃이다. 식물이 꽃을 피우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많은 식물은 뿌리에 그 에너지를 모아 두었다가 봄에 일찍 꽃을 피운다. 그렇게 씨앗을 맺고 나면 다시 햇볕을 받아 에너지를 만든다. 그러니 식물이 하는 일은 꽃을 피우고 에너지를 만들어 축적하는 일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들에서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것은 봄맞이 꽃이다. 그리고 제비꽃이다. 다른 키 큰 식물들이 그늘을 만들기 전에 그들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빨리 끝내야 한다. 산에서도 비슷한 절차가 진행된다. 노루귀나 복수초처럼 키가 작은 풀들은 주변에 키 작은 나무가 잎을 피우기 전에 모든 일을 마쳐야 한다. 그 다음에 진달래 등 키 작은 나무들이 꽃을 피운다. 이들은 봄이 진행되는 과정을 따라 아래쪽부터 차례로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자신들만의 식생(植生)을 펼치는 것이다. 털진달래 저지대에는 이미 대부분의 꽃이 지고 큰 키를 자랑하며 거의 일년 내내 꽃을 피우는 개망초나 애기똥풀만이 왕성하게 피어나는 이 시기에 잃어버린 봄을 찾으려면 산에 올라야 한다. 여름으로 달려가는 5월 중순이라도 해발고도 1,000 미터가 넘는 곳에는 아직 봄꽃이 한창이다. 귀때기청봉(1578)으로 오르기 위해 한계령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이미 시작지점인 한계령의 높이가 해발고도 1,004미터이기 때문에 이곳의 계절은 도심과 사뭇 다르다. 철쭉꽃이 이제 피기 시작했고 위로 오를수록 철쪽도 꽃 봉오리만 맺어 있다. 한계령 삼거리 (1,353)에는 나무 중에서 제일 일찍 꽃을 피우는 귀룽나무조차 꽃 봉오리를 맺기 시작했다. 그리고 귀때기청봉으로 오르는 돌무더기에 이르자 이미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봄이 활짝 피어 있었다. 털진달래가 올해는 한파를 입지 않은 채 온 산을 붉게 뒤덮고 있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여전히 신기하기만 하다. 모든 자연의 생물들은 꽃을 피우고 잎을 피우고 또 지는 시기를 외우고 있다. 올해도 5월 초에 눈도 내렸고 추운 날도 있었지만 이 꽃들은 그것마저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그 시기를 피해서 이렇게 황홀한 모습으로 피어난 것이다. 오랜 세월 온전히 자연에 의지해 살아온 꽃들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상당히 보수적이다. 활짝 피어 있는 꽃 사이사이 아직 터뜨리지 않은 꽃망울이 촘촘히 맺어 있다.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아직 피지 않은 진달래가 더 많았다. 앞으로 1주일 정도는 이 귀때기청봉이 꽃밭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꽃은 나무의 생식기(生殖器)이다. 풀나무가 자신의 생식기를 그렇게 아름답게 꾸미는 걸까? 인간의 눈으로 보면 꽃잎은 주로 흰색, 붉은색, 노랑색 등 대부분 밝은 원색으로 되어 있어 아름답다고 하지만 실제로 이 꽃들의 수정을 도와주는 곤충의 눈에는 어떻게 비치는지는 알 수 없다. 이 분야의 연구도 상당히 깊이 진행되어 있다고 한다. 봄은 이미 설악산의 중턱 위까지 올라와 있다. 아직 얼레지가 피어 있고, 산벚꽃이 만발했다. 노랑제비꽃과 양지꽃은 전성기에 와 있고 나도옥잠, 큰앵초, 자주솜대, 두루미풀 등 고산지대의 풀꽃들도 일주일새 피어날 것이다. 이 꽃들이 다 지고 나면 넓은 나뭇잎이 온 산을 푸르게 덮을 것이고 설악산은 바야흐로 여름으로 치달을 것이다. 오랜만에 문을 연 설악산에 봄꽃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매년 찾아오는 봄이지만 올 해 귀때기청봉의 털진달래 꽃 잔치는 정말 아름답고 신비로운 풍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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