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삼신봉 낙남정맥 1구간

코스 : 거림~세석~영신봉~삼신봉~외삼신봉~고운동재 몇 년 전 세석에서 거림으로 내려가는 길에 바라본 앞쪽 능선 위에 솟아 있는 세 개의 봉우리가 궁금하여 함께 가던 친구에게 물으니 ‘삼신봉(三神峰)’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낙남정맥에 포함된 산이라고 하였다. 그 뒤로도 몇 번 이 세석~거림간 탐방길을 걸으면서 늘 남부 능선 조망처를 지나갈 때면 삼신봉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곤 하였다. 우연히 집에 찾아온 산우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주말에 낙남 1구간 삼신봉에 간다는 말을 듣고 금방 마음이 동했다. 대신 예약을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그 산악회에서는 낙남정맥을 거의 다 마무리하였고 지리산이 산방기간이라서 미루었다가 이번에 산방이 해제되면서 1구간을 이번주에 간다는 것이었다. 금요일 밤에 출발하기로 하였는데 비가 내렸다. 산행 당일 예보도 약간의 비 소식이 있었다. 산악회에서는 지리산 탐방이 금지되었다가 다시 풀렸다면서, 비는 내리지 않을 것이지만 우비 등 비 채비를 갖추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가는 비 정도는 맞으면서 걸어도 좋을 것 같았다. 거림 거림 마을 주차장에서 버스를 내려 하늘을 보았다. 지난 1월에 왔을 때는 별이 가득 차 있던 하늘이 오늘은 까맣다. 구름이 가득 차 있는 모양이다. 랜턴 불빛에 아주 가는 빗방울이 비친다. 길 옆으로 폭포수 떨어지듯 우렁찬 계곡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세석에서 시작한 물줄기가 큰 숲을 지나서 흘러내리는 계곡이다. 어제 비가 꽤 많이 내린 모양이다. 산악회 사람들의 발걸음을 따라 걸었다. 산대장은 여자분이 맡았다. 그 앞으로 서너 명이 먼저 나갔고 그들은 금방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러니까 내가 속한 팀은 중간이 되는 셈이다. 거의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걸었다. 몇 몇이 중간에 더워지자 옷을 갈아 입는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한 줄기 긴 랜턴 불빛의 행렬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계곡을 흐르는 우렁찬 물 수소가 더 크게 들린다. 삼신봉이 보이는 조망처를 지난다.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천팔교(千八橋)를 지나고 북해도교(北海道橋)를 건넌다. 간간히 소쩍새 우는 소리가 가냘프게 들린다. 어쩌면 저 새는 밤새 저렇게 울었을 터이다. 세석(細石) 대피소를 2 킬로미터쯤 앞두고 있을 때 서서히 날이 밝아 오고 명랑한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 세석 대피소 동쪽 촛대봉 능선에 햇빛이 비치고 세석 대피소 위 하늘이 잠시 열리는 듯했다. 회색 빛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인다. 우리는 오늘 날씨가 좋을 거라며 모두 안도하고 기뻐하였다. 세석 대피소에 들어가 아침을 먹었다. 6 킬로미터를 올라오는데 2시간 조금 더 걸렸다. 세석(細石)은 우리말로 잔돌이라고 한다. 옛날 조선시대에 준엄한 사회 규율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이 곳에 찾아와 몸을 의탁하고 살았던 곳이다. 사냥꾼들이 매를 이용하여 산짐승을 잡던 곳이었다. 엄격한 신분 사회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곳을 찾아 이 곳에 온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은 이 잔돌 평원이 바로 푸른 학이 살고 있다는 청학동(靑鶴洞)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니 이 세석 평전은 누군가에게는 유토피아 같은 그런 땅이었을 것이다. 그 뒤로 이 넓은 땅은 등산객들의 캠핑장이었다. 항상 넘치도록 많이 흐르는 물이 있고, 평평한 땅이 있으니 텐트를 치고 하룻밤 쉬면서 이 긴 지리산을 걷기에는 아주 좋은 자리였다. 지금도 이 세석 대피소는 지리산을 종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쉬어 가기에 적당한 위치인 것 같다. 영신봉 영신봉에서 음양수(陰陽水)까지의 짧은 구간은 비탐구역이다. 하지만 낙남정맥을 걷는 사람들이 많이 걸어간 길이라서 이미 탐방길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세석 대피소까지는 빨리 도달했으나 남은 구간의 거리가 15 킬로미터 정도로 아직도 갈 길이 짧지 않기에 사람들은 사진도 찍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나아간다. 이렇게 걸음을 빨리 한 이유 중 다른 하나는 날씨이다. 세석 평전을 지날 때는 하늘이 열리는 듯했지만 금방 다시 어두워졌고 바람이 거세 졌다. 비는 내리지 않았으나 나무에 묻어 있는 빗물로 인해 바지는 금방 물에 젖었다. 영신봉에서 내려가는 길에는 간간히 진달래 꽃이 피어 있어 어두운 숲을 밝혀주었다. 철쭉은 꽃망울이 잔뜩 부풀어 있어 곧 터질 것 같다. 처녀치마 꽃이 두어 송이 눈에 띄었고, 습한 곳에는 노란 동이나물 꽃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 계절은 진달래와 철쭉이 서로 교체하는 환절기였다. 길에는 이정표가 제법 촘촘히 서 있다. 우리는 청학동과 쌍계사를 향해 걸었다. 가끔 조망이 좋은 바위가 나왔으나 우리는 그냥 지나쳤다. 우리가 기대했던 운해(雲海) 대신 비구름이 짙게 깔려 있어 시야가 트이지 않았다. 조릿대(산죽) 밭이 끝없이 이어진다. 이런 산죽길이 계속된다면 정말 힘든 여정이 될 것이라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행스러운 것은 국립공원에서 탐방길 양쪽의 산죽을 짧게 잘라 놓아서 정식 탐방로에서는 그다지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쇠통 바위 전설 커다란 바위에 둘러싸인 작은 구멍을 지나간다. 작다고 하지만 배낭을 메고도 불편함이 없이 통과할 수 있으니 그리 작은 것도 아니다. 주변 바위가 크기 때문에 그 큰 구멍이 작게 보이는 모양이다. 사람들은 이 바위를 쇠통바위라고 했다. 다른 말로 자물통 바위다. 가운데 뚫린 구멍이 열쇠구멍이라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이 아래 학동(鶴洞) 마을에 열쇠 모양을 한 바위가 있어, 이 열쇠바위를 쇠통바위 구멍에 꽂으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고 한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래도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보다 더 좋은, 더 새롭고 더 평등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있을 것이라는 꿈을 품으면서 이 산길을 걸었을 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지도에서 확인해 보니 쇠통바위는 청학동에서 내삼신봉으로 오르는 길에 있는 바위를 일컫는 바위였다.) 삼신봉(三神峰 1284 m) 쉬지 않고 걷는데도 몸이 차가워진다. 옷이 젖은 데다가 바람이 무척 세게 분다. 나뭇잎에 묻어 있던 빗물이 바람에 떨어져 빗물처럼 뿌린다. 조망도 없는 산길이다. 그래도 가끔 보이는 야생화가 반갑다. 연달래가 피어 있고 길 가에는 금낭화 꽃이 새초롬하게 피어 있다. 좋은 날씨에 여유 있는 길에서 만나면 더욱 반가웠을 꽃들이다. 청학동에서 출발했다는 한 무리의 산행팀이 지나가고 얼마 안가 우리는 큰 바위 아래를 지났다. 그리고 마침내 삼신봉에 도착하였다. 이 삼신봉의 이름은 산 아래에 있는 삼신동이라는 마을 이름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그 삼신동에는 신흥사, 의신사, 영신사라는 신(神) 자가 들어간 절이 세 개 있어서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날이 좋으면 이 삼신봉에서 지리산의 주능선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고 하는데 오늘은 사방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안개뿐이다. 날이 추운데도 정상에서 잠시 쉬며 간식을 먹었다. 다시 길을 나서고 조금 내려오니 안전쉼터가 있었다. 자리는 좁지만 열 명 남짓 들어가 선 채로 과일 등 간식을 먹었다. 우리보다 일찍 출발했던 몇 명의 회원들은 왕복 30분 거리에 있다는 내삼신봉을 다녀왔다고 하였다. 날이 좋고 조망만 있다면 힘들더라도 다녀오겠지만 오늘같은 날에는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다시 비탐길 삼신봉에서 조금 내려오니 청학동 2.0 km 이정표가 나온다. 세석 대피소에서 8 km 거리다. 낙남정맥을 가려면 여기서 다시 금줄을 넘어야 한다. 정식탐방로는 청학동에서 세석 대피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낙남정맥을 걷는 사람들은 여기서 직진한다. 비탐길이다 보니 지나다닌 사람들이 많지 않아 길도 희미하다. 외삼신봉(1288)을 지나고 나니 길은 더욱 험해진다. 약 4 미터가량되는 바위 절벽도 지나고 높고 낮은 봉우리도 여러 개 넘는다. 무엇보다 우리의 발목을 잡은 것은 산죽 밭이었다. 어떤 데는 어른 키보다 작지만 대부분 성인의 키를 훌쩍 넘는 대나무가 빽빽하게 자라고 있다. 오후 2시부터 내린다고 예고되어 있던 비가 앞당겨 내렸다. 옷은 흠뻑 젖었고, 노출된 손목 부위는 대나무 잎에 긁혀서 따갑다.

Hiking/Backpacking

Sancheong-gun, Gyeongsangnam-do, South Korea
bethewise photo
time : May 10, 2025 3:47 AM
duration : 9h 14m 27s
distance : 20.2 km
total_ascent : 1635 m
highest_point : 1652 m
avg_speed : 2.3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코스 : 거림~세석~영신봉~삼신봉~외삼신봉~고운동재 몇 년 전 세석에서 거림으로 내려가는 길에 바라본 앞쪽 능선 위에 솟아 있는 세 개의 봉우리가 궁금하여 함께 가던 친구에게 물으니 ‘삼신봉(三神峰)’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낙남정맥에 포함된 산이라고 하였다. 그 뒤로도 몇 번 이 세석~거림간 탐방길을 걸으면서 늘 남부 능선 조망처를 지나갈 때면 삼신봉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곤 하였다. 우연히 집에 찾아온 산우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주말에 낙남 1구간 삼신봉에 간다는 말을 듣고 금방 마음이 동했다. 대신 예약을 해달라고 부탁하였다. 그 산악회에서는 낙남정맥을 거의 다 마무리하였고 지리산이 산방기간이라서 미루었다가 이번에 산방이 해제되면서 1구간을 이번주에 간다는 것이었다. 금요일 밤에 출발하기로 하였는데 비가 내렸다. 산행 당일 예보도 약간의 비 소식이 있었다. 산악회에서는 지리산 탐방이 금지되었다가 다시 풀렸다면서, 비는 내리지 않을 것이지만 우비 등 비 채비를 갖추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가는 비 정도는 맞으면서 걸어도 좋을 것 같았다. 거림 거림 마을 주차장에서 버스를 내려 하늘을 보았다. 지난 1월에 왔을 때는 별이 가득 차 있던 하늘이 오늘은 까맣다. 구름이 가득 차 있는 모양이다. 랜턴 불빛에 아주 가는 빗방울이 비친다. 길 옆으로 폭포수 떨어지듯 우렁찬 계곡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세석에서 시작한 물줄기가 큰 숲을 지나서 흘러내리는 계곡이다. 어제 비가 꽤 많이 내린 모양이다. 산악회 사람들의 발걸음을 따라 걸었다. 산대장은 여자분이 맡았다. 그 앞으로 서너 명이 먼저 나갔고 그들은 금방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러니까 내가 속한 팀은 중간이 되는 셈이다. 거의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걸었다. 몇 몇이 중간에 더워지자 옷을 갈아 입는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한 줄기 긴 랜턴 불빛의 행렬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계곡을 흐르는 우렁찬 물 수소가 더 크게 들린다. 삼신봉이 보이는 조망처를 지난다.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천팔교(千八橋)를 지나고 북해도교(北海道橋)를 건넌다. 간간히 소쩍새 우는 소리가 가냘프게 들린다. 어쩌면 저 새는 밤새 저렇게 울었을 터이다. 세석(細石) 대피소를 2 킬로미터쯤 앞두고 있을 때 서서히 날이 밝아 오고 명랑한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 세석 대피소 동쪽 촛대봉 능선에 햇빛이 비치고 세석 대피소 위 하늘이 잠시 열리는 듯했다. 회색 빛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인다. 우리는 오늘 날씨가 좋을 거라며 모두 안도하고 기뻐하였다. 세석 대피소에 들어가 아침을 먹었다. 6 킬로미터를 올라오는데 2시간 조금 더 걸렸다. 세석(細石)은 우리말로 잔돌이라고 한다. 옛날 조선시대에 준엄한 사회 규율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이 곳에 찾아와 몸을 의탁하고 살았던 곳이다. 사냥꾼들이 매를 이용하여 산짐승을 잡던 곳이었다. 엄격한 신분 사회에서 벗어나 홀가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곳을 찾아 이 곳에 온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은 이 잔돌 평원이 바로 푸른 학이 살고 있다는 청학동(靑鶴洞)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니 이 세석 평전은 누군가에게는 유토피아 같은 그런 땅이었을 것이다. 그 뒤로 이 넓은 땅은 등산객들의 캠핑장이었다. 항상 넘치도록 많이 흐르는 물이 있고, 평평한 땅이 있으니 텐트를 치고 하룻밤 쉬면서 이 긴 지리산을 걷기에는 아주 좋은 자리였다. 지금도 이 세석 대피소는 지리산을 종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쉬어 가기에 적당한 위치인 것 같다. 영신봉 영신봉에서 음양수(陰陽水)까지의 짧은 구간은 비탐구역이다. 하지만 낙남정맥을 걷는 사람들이 많이 걸어간 길이라서 이미 탐방길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세석 대피소까지는 빨리 도달했으나 남은 구간의 거리가 15 킬로미터 정도로 아직도 갈 길이 짧지 않기에 사람들은 사진도 찍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나아간다. 이렇게 걸음을 빨리 한 이유 중 다른 하나는 날씨이다. 세석 평전을 지날 때는 하늘이 열리는 듯했지만 금방 다시 어두워졌고 바람이 거세 졌다. 비는 내리지 않았으나 나무에 묻어 있는 빗물로 인해 바지는 금방 물에 젖었다. 영신봉에서 내려가는 길에는 간간히 진달래 꽃이 피어 있어 어두운 숲을 밝혀주었다. 철쭉은 꽃망울이 잔뜩 부풀어 있어 곧 터질 것 같다. 처녀치마 꽃이 두어 송이 눈에 띄었고, 습한 곳에는 노란 동이나물 꽃이 예쁘게 피어 있었다. 계절은 진달래와 철쭉이 서로 교체하는 환절기였다. 길에는 이정표가 제법 촘촘히 서 있다. 우리는 청학동과 쌍계사를 향해 걸었다. 가끔 조망이 좋은 바위가 나왔으나 우리는 그냥 지나쳤다. 우리가 기대했던 운해(雲海) 대신 비구름이 짙게 깔려 있어 시야가 트이지 않았다. 조릿대(산죽) 밭이 끝없이 이어진다. 이런 산죽길이 계속된다면 정말 힘든 여정이 될 것이라며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행스러운 것은 국립공원에서 탐방길 양쪽의 산죽을 짧게 잘라 놓아서 정식 탐방로에서는 그다지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쇠통 바위 전설 커다란 바위에 둘러싸인 작은 구멍을 지나간다. 작다고 하지만 배낭을 메고도 불편함이 없이 통과할 수 있으니 그리 작은 것도 아니다. 주변 바위가 크기 때문에 그 큰 구멍이 작게 보이는 모양이다. 사람들은 이 바위를 쇠통바위라고 했다. 다른 말로 자물통 바위다. 가운데 뚫린 구멍이 열쇠구멍이라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이 아래 학동(鶴洞) 마을에 열쇠 모양을 한 바위가 있어, 이 열쇠바위를 쇠통바위 구멍에 꽂으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고 한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래도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보다 더 좋은, 더 새롭고 더 평등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있을 것이라는 꿈을 품으면서 이 산길을 걸었을 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지도에서 확인해 보니 쇠통바위는 청학동에서 내삼신봉으로 오르는 길에 있는 바위를 일컫는 바위였다.) 삼신봉(三神峰 1284 m) 쉬지 않고 걷는데도 몸이 차가워진다. 옷이 젖은 데다가 바람이 무척 세게 분다. 나뭇잎에 묻어 있던 빗물이 바람에 떨어져 빗물처럼 뿌린다. 조망도 없는 산길이다. 그래도 가끔 보이는 야생화가 반갑다. 연달래가 피어 있고 길 가에는 금낭화 꽃이 새초롬하게 피어 있다. 좋은 날씨에 여유 있는 길에서 만나면 더욱 반가웠을 꽃들이다. 청학동에서 출발했다는 한 무리의 산행팀이 지나가고 얼마 안가 우리는 큰 바위 아래를 지났다. 그리고 마침내 삼신봉에 도착하였다. 이 삼신봉의 이름은 산 아래에 있는 삼신동이라는 마을 이름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그 삼신동에는 신흥사, 의신사, 영신사라는 신(神) 자가 들어간 절이 세 개 있어서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날이 좋으면 이 삼신봉에서 지리산의 주능선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고 하는데 오늘은 사방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안개뿐이다. 날이 추운데도 정상에서 잠시 쉬며 간식을 먹었다. 다시 길을 나서고 조금 내려오니 안전쉼터가 있었다. 자리는 좁지만 열 명 남짓 들어가 선 채로 과일 등 간식을 먹었다. 우리보다 일찍 출발했던 몇 명의 회원들은 왕복 30분 거리에 있다는 내삼신봉을 다녀왔다고 하였다. 날이 좋고 조망만 있다면 힘들더라도 다녀오겠지만 오늘같은 날에는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다시 비탐길 삼신봉에서 조금 내려오니 청학동 2.0 km 이정표가 나온다. 세석 대피소에서 8 km 거리다. 낙남정맥을 가려면 여기서 다시 금줄을 넘어야 한다. 정식탐방로는 청학동에서 세석 대피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낙남정맥을 걷는 사람들은 여기서 직진한다. 비탐길이다 보니 지나다닌 사람들이 많지 않아 길도 희미하다. 외삼신봉(1288)을 지나고 나니 길은 더욱 험해진다. 약 4 미터가량되는 바위 절벽도 지나고 높고 낮은 봉우리도 여러 개 넘는다. 무엇보다 우리의 발목을 잡은 것은 산죽 밭이었다. 어떤 데는 어른 키보다 작지만 대부분 성인의 키를 훌쩍 넘는 대나무가 빽빽하게 자라고 있다. 오후 2시부터 내린다고 예고되어 있던 비가 앞당겨 내렸다. 옷은 흠뻑 젖었고, 노출된 손목 부위는 대나무 잎에 긁혀서 따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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