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靑瓦臺) 탐방

지난 2022년 3월 9일 윤 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정말 느닷없이 청와대를 개방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1969년 북한 특수부대가 한북정맥을 타고 북한산을 거쳐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 (원래 이름은 백악산)까지 침투했던 1.21 사태 이후 이 북악산을 비롯한 그 주변은 철옹성처럼 닫혀 있었다. 그 후 군사 정권이 물러나고 민간정부가 들어서면서 차츰 개방해 나갔고, 청와대 앞마당, 북악산 등을 시민들에게 열어 주었다. 원래 청와대 자리는 고려시대는 왕의 별장이라 할 수 있는 이궁(離宮)이 있었고, 조선 시대에는 경복궁(景福宮)의 후원 자리였으며, 일제 강점기에는 조선 총독의 관저가 있던 곳이었다. 그 후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이 곳을 집무실과 관저로 사용하면서 ‘푸른 기와집’은 최고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노후한 건물을 헐고 드높아진 우리나라의 위상에 맞게 새로 짓기로 결정하였고 1990년 10월 25일 집무실(執務室)이 그리고 1991년 9월 4일 관저가 완공되었다. 이 청와대의 위치를 보면 뒤에는 북악산이 우측에는 인왕산이 자리잡고 있고 남쪽에는 한강이 흐르는 이른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명당 자리라고 할 수 있으나, 바로 앞에 우리나라 문화유산인 경복궁이 있어서 더 이상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것이 단점이었다. 어찌 보면 이 청와대는 누군가를 가두어 두는 감옥의 형상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이 자리에서 정부의 관료들과 수시로 소통하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길 수밖에 없으니, 정부의 업무 효율이 너무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이유로 청와대를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문 재인 대통령도 이에 대한 별다른 준비 없이 5년 임기를 마쳤다. 그리고 윤 석열 대통령은 당선되자 마자 제일 먼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고 ‘청와대를 국민의 품으로’라는 슬로건과 함께 개방하게 된 것이다. 청와대를 개방할 때 윤 석열 정부에서는 청와대 개방이 가져다 줄 경제적 이익이 약 2천억원 정도 될 것이라며 홍보하였다. 윤 석열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올 계획을 아예 접고 용산의 국방부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입주하였고, 외교부 공관을 리모델링하여 대통령 관저로 이용하였다. 그렇게 전격적으로 개방한 청와대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정치인들은 버스를 동원하여 유권자들을 실어 날랐고, 관람객들은 그 동안 대통령들이 얼마나 호화로운 생활을 해 왔는지 보기 위해 청와대를 찾아 들었다. 오랫동안 독재를 해 오던 왕정이 혁명군에 의해 무너지고 나서 그 왕이 살던 궁전을 개방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떤 일이든 절차가 있어야 하는데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자신을 뽑아준 국민들에게 베푸는 선물처럼 청와대 건물을 ‘국민의 품으로’ 안겨주었다. 이 청와대가 개방된 지 벌써 만 3년이 지났다.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은 탄핵되었고 우리는 조기 대선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리고 차기 대통령이 당선되면 청와대를 다시 사용할 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들린다. 나도 그런 저런 이유로 더 이상 미루지 않고 모처럼 가족과 함께 청와대 건물 탐방을 결정하였다. 택시 기사는 두 번이나 청와대를 다녀왔다며 관람 요령을 설명해 주었다. 실상 건물 내부는 별로 볼 게 없다면서, 정원에 있는 나무를 감상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하였다. 과연 청와대 뜰 구석구석마다 멋진 나무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대부분의 나무는 소나무나 향나무이고 요즘 봄날 여느 공원에서나 볼 수 있는 철쭉이나 키가 큰 회화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특히, 곰솔이라고도 부르는 반송(盤松)은 청와대 입구부터 시작하여 제일 많이 눈에 띄었다. 약 세 시간에 걸쳐서 청와대를 둘러본 느낌은? 왜 이런 좋은 시설을 사용하지 않고 단순히 관람용으로 개방하지? 이 청와대는 현대식 건물이라서 문화재도 아니고, 시설이 노후한 것도 아니다. 어차피 유지보수를 해야 할 거라면 어떤 용도라도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빈관 내부는 보지 못했지만, 외국 손님이 찾아왔을 때 굳이 박물관에서 손님을 접대할 것이 아니라 이런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국격에도 맞고 비용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왜 신라 호텔을 빌려서 외국 손님을 접대하지? 우리 국민들이 이 청와대 내부를 보고 싶어 했을까? 만약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 용산 대통령실을 보고 싶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지?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공관이나 관저를 다 개방해야 하나? 그러니까 내 생각에는 왜 그렇게 서둘러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고 청와대를 꼭 공개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오는 6월 3일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사람이 다시 이 청와대로 집무실을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설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인들이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개조하여 창경원으로 만들고 일반인에게 공개하던 그런 마음으로 청와대를 공개한 것은 대단히 신중하지 못하고 섣부른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Sightseeing

Seoul, South Korea
bethewise photo
time : May 6, 2025 1:01 PM
duration : 2h 29m 9s
distance : 2.6 km
total_ascent : 64 m
highest_point : 109 m
avg_speed : 1.5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지난 2022년 3월 9일 윤 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정말 느닷없이 청와대를 개방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1969년 북한 특수부대가 한북정맥을 타고 북한산을 거쳐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 (원래 이름은 백악산)까지 침투했던 1.21 사태 이후 이 북악산을 비롯한 그 주변은 철옹성처럼 닫혀 있었다. 그 후 군사 정권이 물러나고 민간정부가 들어서면서 차츰 개방해 나갔고, 청와대 앞마당, 북악산 등을 시민들에게 열어 주었다. 원래 청와대 자리는 고려시대는 왕의 별장이라 할 수 있는 이궁(離宮)이 있었고, 조선 시대에는 경복궁(景福宮)의 후원 자리였으며, 일제 강점기에는 조선 총독의 관저가 있던 곳이었다. 그 후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이 곳을 집무실과 관저로 사용하면서 ‘푸른 기와집’은 최고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노후한 건물을 헐고 드높아진 우리나라의 위상에 맞게 새로 짓기로 결정하였고 1990년 10월 25일 집무실(執務室)이 그리고 1991년 9월 4일 관저가 완공되었다. 이 청와대의 위치를 보면 뒤에는 북악산이 우측에는 인왕산이 자리잡고 있고 남쪽에는 한강이 흐르는 이른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명당 자리라고 할 수 있으나, 바로 앞에 우리나라 문화유산인 경복궁이 있어서 더 이상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것이 단점이었다. 어찌 보면 이 청와대는 누군가를 가두어 두는 감옥의 형상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이 자리에서 정부의 관료들과 수시로 소통하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길 수밖에 없으니, 정부의 업무 효율이 너무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이유로 청와대를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문 재인 대통령도 이에 대한 별다른 준비 없이 5년 임기를 마쳤다. 그리고 윤 석열 대통령은 당선되자 마자 제일 먼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고 ‘청와대를 국민의 품으로’라는 슬로건과 함께 개방하게 된 것이다. 청와대를 개방할 때 윤 석열 정부에서는 청와대 개방이 가져다 줄 경제적 이익이 약 2천억원 정도 될 것이라며 홍보하였다. 윤 석열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올 계획을 아예 접고 용산의 국방부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입주하였고, 외교부 공관을 리모델링하여 대통령 관저로 이용하였다. 그렇게 전격적으로 개방한 청와대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정치인들은 버스를 동원하여 유권자들을 실어 날랐고, 관람객들은 그 동안 대통령들이 얼마나 호화로운 생활을 해 왔는지 보기 위해 청와대를 찾아 들었다. 오랫동안 독재를 해 오던 왕정이 혁명군에 의해 무너지고 나서 그 왕이 살던 궁전을 개방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떤 일이든 절차가 있어야 하는데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자신을 뽑아준 국민들에게 베푸는 선물처럼 청와대 건물을 ‘국민의 품으로’ 안겨주었다. 이 청와대가 개방된 지 벌써 만 3년이 지났다.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은 탄핵되었고 우리는 조기 대선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리고 차기 대통령이 당선되면 청와대를 다시 사용할 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들린다. 나도 그런 저런 이유로 더 이상 미루지 않고 모처럼 가족과 함께 청와대 건물 탐방을 결정하였다. 택시 기사는 두 번이나 청와대를 다녀왔다며 관람 요령을 설명해 주었다. 실상 건물 내부는 별로 볼 게 없다면서, 정원에 있는 나무를 감상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하였다. 과연 청와대 뜰 구석구석마다 멋진 나무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대부분의 나무는 소나무나 향나무이고 요즘 봄날 여느 공원에서나 볼 수 있는 철쭉이나 키가 큰 회화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특히, 곰솔이라고도 부르는 반송(盤松)은 청와대 입구부터 시작하여 제일 많이 눈에 띄었다. 약 세 시간에 걸쳐서 청와대를 둘러본 느낌은? 왜 이런 좋은 시설을 사용하지 않고 단순히 관람용으로 개방하지? 이 청와대는 현대식 건물이라서 문화재도 아니고, 시설이 노후한 것도 아니다. 어차피 유지보수를 해야 할 거라면 어떤 용도라도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빈관 내부는 보지 못했지만, 외국 손님이 찾아왔을 때 굳이 박물관에서 손님을 접대할 것이 아니라 이런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오히려 국격에도 맞고 비용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왜 신라 호텔을 빌려서 외국 손님을 접대하지? 우리 국민들이 이 청와대 내부를 보고 싶어 했을까? 만약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 용산 대통령실을 보고 싶은 사람들은 어떻게 하지?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공관이나 관저를 다 개방해야 하나? 그러니까 내 생각에는 왜 그렇게 서둘러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고 청와대를 꼭 공개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오는 6월 3일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사람이 다시 이 청와대로 집무실을 옮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설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인들이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개조하여 창경원으로 만들고 일반인에게 공개하던 그런 마음으로 청와대를 공개한 것은 대단히 신중하지 못하고 섣부른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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