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 다녀온 지 일주일의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그 일주일간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치과에 가고 여행기 정리하고 어쩌다 보니 금쪽같이 귀한 시간들이 쉼 없이 내 곁을 스쳐 과거로 흘러갔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나도 모르게 왔다가 지나간다. 누구에게는 목숨보다 더 귀한 시간일 텐데, 누구에게는 의식하지도 못한 채 허무한 시간이 될 수 있다. 내가 뉴질랜드로 떠날 때 한창 피기 시작하던 벚꽃이 이제는 다 지고 푸른 잎이 울창하다. 태백산에는 한계령풀 꽃이 피었다고 하니, 가평 계곡 속 깽깽이풀 꽃도 지금은 다 지고 없겠다. 혹시 애기송이 풀은 피었을까? 이 꽃들도 이미 다 지고 지금은 끝물이 조금 남아있을 성싶다. 계절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고 그 계절에 맞춰 자연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따라서 돌아간다. “느낌이 오나요? 지금 저 햇살이 나뭇잎 위에 쏟아져 내리는 것이 보이나요?” 일찌감치 배낭을 챙겼다. 가까운 도봉산에 간다. 숲은 이미 초록빛 옷으로 갈아입었다.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신갈나무 잎이 예쁘다. 소나무에 송화꽃이 피었다. 노간주나무에도 꽃이 피었고, 팥배나무 꽃도 이제 피기 시작한다. 높은 곳에는 진달래가 절정을 이루고 산벚나무 꽃도 아직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수직적 시간은 수평적 시간보다 조금 늦게 흐른다. 망월사의 지붕 기와가 햇빛에 반짝인다. 오늘은 의미 있는 일을 한 걸까? 원래 목적을 두지 않았으니 목적을 달성할 것도 없다. 그냥 산을 걷자 하고 왔으니 그 의미를 찾은 것 같다. 오늘도 세월은 이~만큼이나 흘러갔다. 내일도 또 이~만큼 생겨날 것이다. 그게 인생이고 그게 사람 사는 것이다.

Hiking/Backpacking

Seoul, South Korea

time : Apr 26, 2025 9:31 AM

duration : 6h 15m 36s

distance : 9.1 km

total_ascent : 727 m

highest_point : 748 m

avg_speed : 1.8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뉴질랜드에 다녀온 지 일주일의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그 일주일간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치과에 가고 여행기 정리하고 어쩌다 보니 금쪽같이 귀한 시간들이 쉼 없이 내 곁을 스쳐 과거로 흘러갔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나도 모르게 왔다가 지나간다. 누구에게는 목숨보다 더 귀한 시간일 텐데, 누구에게는 의식하지도 못한 채 허무한 시간이 될 수 있다. 내가 뉴질랜드로 떠날 때 한창 피기 시작하던 벚꽃이 이제는 다 지고 푸른 잎이 울창하다. 태백산에는 한계령풀 꽃이 피었다고 하니, 가평 계곡 속 깽깽이풀 꽃도 지금은 다 지고 없겠다. 혹시 애기송이 풀은 피었을까? 이 꽃들도 이미 다 지고 지금은 끝물이 조금 남아있을 성싶다. 계절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고 그 계절에 맞춰 자연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따라서 돌아간다. “느낌이 오나요? 지금 저 햇살이 나뭇잎 위에 쏟아져 내리는 것이 보이나요?” 일찌감치 배낭을 챙겼다. 가까운 도봉산에 간다. 숲은 이미 초록빛 옷으로 갈아입었다.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신갈나무 잎이 예쁘다. 소나무에 송화꽃이 피었다. 노간주나무에도 꽃이 피었고, 팥배나무 꽃도 이제 피기 시작한다. 높은 곳에는 진달래가 절정을 이루고 산벚나무 꽃도 아직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수직적 시간은 수평적 시간보다 조금 늦게 흐른다. 망월사의 지붕 기와가 햇빛에 반짝인다. 오늘은 의미 있는 일을 한 걸까? 원래 목적을 두지 않았으니 목적을 달성할 것도 없다. 그냥 산을 걷자 하고 왔으니 그 의미를 찾은 것 같다. 오늘도 세월은 이~만큼이나 흘러갔다. 내일도 또 이~만큼 생겨날 것이다. 그게 인생이고 그게 사람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