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ordland Community, Southland, New Zealand
time : Apr 14, 2025 7:27 AM
duration : 10h 11m 26s
distance : 468.9 km
total_ascent : 3284 m
highest_point : 906 m
avg_speed : 54.5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2025년 4월 14일 월요일 비
어젯밤에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바람이 불더니 새벽에는 빗방울이 떨어졌다. 따뜻한 옷도 가져왔지만 이런 날씨에 제일 큰 걱정(?)은 혹여 기상악화로 인해 남섬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하는 밀포드 사운드에 가지 못할까 하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가이드는 날씨 때문에 밀포드 사운드 입장이 허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그럴 경우를 대비하여 퀸스타운으로 나가 와카티푸 호수에서 증기선 크루즈 여행을 체크해 놓았다고 하였다.
나는 이번 여행에 대한 사전 공부를 하지 않았기에 밀포드 사운드에 관해 아는 바가 없었다. 밀포드 트레킹은 알겠는데 도대체 ‘사운드’라고 하니 밀포드 지역에서 무슨 소리를 듣는다는 것인가? 나중에 알고 보니 사운드라는 단어는 ‘강의 하구(河口)’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예정대로 6시 30분에 아침을 먹고 밀포드 방향으로 출발했다. 여전히 비가 내린다. 우리와 반대방향에서 나오는 차량을 보면서 가이드는 밀포드 사운드가 닫혀 있어서 퀸즈타운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일 거라고 한다. 그러면서 일단 그 입구까지 가보자고 한다. 윤 실장은 이곳을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밀포드 사운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목사 님들이 단체로 여행을 왔을 때도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 버스 안에서 예배를 드렸는데도 불구하고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고 한다.
밀포드 사운드는 1983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뉴질랜드 자연 생태 국립공원이다. 2 백만 년 전부터 땅이 융기하여 높아졌다가 지금으로부터 1만 4천 년 전에 끝난 빙하기 이후 빙하가 지나간 자리에 U자형 계곡이 형성되었고, 물이 얼어 있던 구역에 큰 호수가 형성되었다.
높은 산은 빙하로 인해 깎여져 나가고 날카로운 능선이 생겨났으며, 고지에는 만년설이 계속 녹아서 바위산 아래로 흘러내리는 Fiord 지형의 폭포 지대가 생성되었으며 이런 지형을 피오르드 (Fjord) 지대라고 부른다. 밀포드 사운드 지역이 대표적인 피오르드 지대라고 한다.
계곡 안으로 들어가면서 Mirror Lake 라는 넓은 호수도 둘러보았다. 잔잔한 수면에 주위의 높은 산이 비친 모습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하는데, 오늘은 비가 내리는 바람에 우산을 쓰고 그 거울 호수를 지나가며 사진 한 장 남기는 것으로 끝난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호수 가에 노랗게 물든 풀밭이 펼쳐져 있어 황금 평원이라 부르는 곳에서 기념사진도 찍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버스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본다. 조금만 여유있게 감상하면 좋겠지만, 우리는 가이드의 말에 따라 빙하가 녹아서 흘러내리는 물을 페트 병에 담아서 한 모금 마셔보고 다시 급하게 버스에 올라탄다.
그리고 밀포드 사운드 입장여부를 알려주는 신호등에 가까이 갔을 때 가이드는 문이 열렸다고 알려준다. 우리는 모두 환호를 질렀다. 하지만 가이드는 여전히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안에 들어가도 배가 뜨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호머 터널
밀포드 사운드에 들어가려면 뉴질랜드에서 단 하나뿐인 터널을 지나는데 그 이름이 호머터널이라고 한다. 이 터널은 1930 년부터 호머 부자가 곡괭이와 정 만으로 돌을 깨어 약 20 년 동안 공사하여 뚫은 1,270 미터 길이의 터널이다. 1954년 이 터널이 완공되었다고 한다.
이 터널은 차 한 대가 지나다닐 수 있는 좁은 길이라서 신호에 따라 들락거린다. 터널을 통과하여 지그재그로 굽어진 도로를 따라 내려가는데 주변의 풍경이 황홀하다. 바위산에서 흘러내리는 수많은 폭포가 하얀 실타래를 풀어놓은 것 같다. 버스 창에 맺힌 성애를 닦아내며 그 아름다운 장면을 카메라애 담으려 하였지만 여의치 않았다. 가이드는 이 아름다운 장면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겠다면서 준비한 노래 한 곡을 틀어준다. 그러나 마치 버스 위로 쏟아지는 듯한 폭포의 장면이 음악의 선율을 다 덮어 버렸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 문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지레짐작으로 대부분 찾아오지 않아서 그런 건지 버스 주차장은 텅 비어 있다. 우리는 10시 30분 Southern Discovery 호에 탐승했다. 배에서 이른 점심 도시락을 먹으며 호수 위로 미끄러져 나갔다. 비는 더 거세게 퍼 붓는다.
밀포드 사운드
이 빙하 호수는 산 위에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빙하수 폭포 물이지만 그 호수 끝에서는 대양과 합쳐진다. 강이 흘러 바다와 만나는 일반적인 강물과 달리 어디 까지가 호수이고 어디부터 가 바다인지 정확하게 구분을 할 수가 없다.
밀포드 사운드는 1812년 존 그로노라는 선장에 의해 발견되기 전에는 유럽인들에게 별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마오이 족들은 이 호수를 피오피오타히라고 부르며 잘 알고 있었지만, 유럽인들에게는 1812년에야 비로소 알려지게 되었다.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이 밀포드 사운드의 깊은 만으로 피신하여 들어오게 된 존 그로노 선장이 자신의 웨일즈 고향 이름을 따서 밀포드 헤이븐이라고 불렀다. 그 뒤 존 로트 스톡스 선장에 의해 밀포드 사운드라고 고쳐 부른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 사운드(sound)는 강의 하구라는 뜻이다.
배가 출발하자 양쪽 산 위에서 흘러내리는 폭포들이 한꺼번에 나타나는데 그 위용이 대단하다. 바다와 만나는 호수의 끝에서 뒤돌아 나오는 한 시간 반 동안 잠시도 눈을 떼 수가 없다. 배에는 우리 일행 28명과 인도인, 중국인, 네팔인 그러고 영국 등 유럽에서 온 사람 등이 타고 있었는데 모두 감탄사를 연발하며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스털링 폭포에서는 떨어지는 폭포가 세찬 바람에 다시 위로 흘러 올라가는 장관이 연출되고, 그렇게 휘날리는 물이 배에 탄 승객들의 몸을 흠뻑 적신다. 원래 스케쥴 상으로는 바다와 만나는 지점까지 가서 바다 표범도 보고 와야 하지만 기상 때문인지, 아니면 이 피오르드 폭포를 감상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려고 그런 것인지 우리는 그 바다까지 나가지 않고 뒤돌아 왔다.
그렇게 1시간 30 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우리는 12시 조금 넘어서 다시 부두로 돌아왔다.
우리는 화장실에 다녀와 서두르는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지체 없이 버스에 올랐다. 짧은 크루즈 여행의 여운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여전히 비가 퍼부어 기온은 10도쯤으로 차갑게 느껴졌다. 버스에는 우리의 열기와 흥분으로 차 유리창에 물기가 배인다. 호머 터널로 올라가는 길에도 양 옆으로 펼쳐진 협곡 바위벽에는 수 많은 폭포가 흘러내린다. 정말 굉장한 모습이다.
다시 퀸스타운으로
호머 터널을 빠져나와 퀸스타운으로 향한다. 가이드는 잠시 눈을 붙이라고 한다. 그리고 약 한 시간 지나고 하나 둘 잠에서 깨어나자 우리 가이드는 간접광고를 이어간다. 그의 광고 멘트는 사실 어제 테아나우로 이동할 때부터 시작되었다.
부모의 자식사랑 얘기며, 부부끼리의 정을 돈독히 가져야 한다고도 하고, 젊을 때 고생했으니 늙어서는 자신을 위해서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끝도 없이 이어간다.
그리고 이 뉴질랜드의 산양이 산에서 마가목, 삼지구엽초, 귀한 버섯 등을 먹고 자란다는 이야기는 어제부터 했는데 오늘도 계속 이어 나간다. 이쯤 되면 그 속내를 다 알 수 있는 일이지만 가이드는 퀸스타운에 있는 그 할인점에 예약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냥 호텔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가 얼마 후 휴게소를 다녀 나와서는 자기가 힘을 써서 간신히 가게에 예약을 했다고 말한다.
사진 배열이 마구마구 뒤엉켰다. 이유는? 기계가 자의적으로 한국시간과 뉴질랜드 시간을 택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