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산 아재비 고개에는 이맘때 변산바람꽃이 핀다. 며칠 잔부터 벼뤄오다가 어제 가보려고 했는데 날씨가 안받쳐준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세게 불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다고 하여 하루 미뤄서 오늘 찾아 가기로 하였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별내 가는 8호선 첫 지하철을 탔다. 별내에서 춘천가는 전철을 갈아타고 가평역에 내리니 7시도 채 안되었다. 그런데 백둔리로 가는 버스는 8시 45분에야 온다고 한다.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 그런데 어짜피 명지산을 한바퀴 돌려고 마음먹었으니 익근리로 해서 명지 1봉을 먼저 오르고 아재비고개를 거쳐 백둔리로 하산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것 같았다. 용수동으로 가는 버스는 7시 45분에 출발한다. 익근리 명지산 입구에서 버스를 내리니 날씨가 화창하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가을하늘처럼 파랗다. 명지계곡 입구에서 산불감시원이 안내문을 받아가라고 한다. 전국적으로 산불이 나서 난리이니 상부에서 지시가 내려온 모양이다. 산 위에는 어제 내린 눈이 하얗게 덮여있다. 이곳은 누가 일부러 불을 지른다 해도 타지 않을 것이다. 입구 화단에 심어놓은 복수초와 산괴불주머니 꽃이 추위에 잔뜩 움추리고 있다. 승천사를 지나 산길에 접어드니 길 바닥에 눈이 제법 많이 쌓여있다. 그리고 정상에 가까워지자 눈 송이가 떨어진다. 나무가지에 쌓였던 눈이 바람에 날리는 건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다. 갑자기 눈발이 거세진다. 시야도 흐려지고 눈은 한겨울 함박눈처럼 쏱아진다. 능선에는 지난 겨울에 내린 눈이 쌓여 있는데 그 위로 또 쌓인다. 계속 영상 기온이 유지된다 해도 4월 중순까지는 눈이 남아있을 것 같다. 정상에는 조망이 다 가려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기온도 내려가서 옷을 두 겹 두껍게 껴 입었는데도 춥다. 이정도면 아재비고개 변산 바람꽃들도 모두 눈 속에 파묻혀서 보이지 않을 것 같다. 명지 1봉 아래 바위를 뒤에두고 바람을 피해 앉아 점심을 먹었다. 내려가는 길에는 아이젠을 착용해야 할 것 같아 배낭을 뒤져보니 다 고장난 것이고 쓸 만한 것은 한 쪽 뿐이다. 그래도 없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에 한 쪽 발에 아이젠을 차고 내려갔다. 이제는 눈길에서 넘어지는 것이 습관처럼 된 건지 조심하는데도 미끄러진다. 또 서너번 그렇게 넘어지면서도 지난 번 다친 꼬리뼈에 부담이 안가도록 낙법을 시연한다. 하산 중에도 눈이 계속 새린다. 강원도에 대서주의보가 발령되었다고 하니, 설악산에는 정말 많이 내렸겠다. 산 아래 명지계곡 입구에누 눈이 내리는 대로 쌓이지 않고 금방 다 녹는다. 올 봄은 참 별스러운 풍경을 다 보여준다. 덕분에 눈 구경은 원없이 해본다.

Hiking/Backpacking

Gapyeong-gun, Gyeonggi, South Korea

time : Mar 30, 2025 8:24 AM

duration : 6h 22m 2s

distance : 12.2 km

total_ascent : 1115 m

highest_point : 1327 m

avg_speed : 2.1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명지산 아재비 고개에는 이맘때 변산바람꽃이 핀다. 며칠 잔부터 벼뤄오다가 어제 가보려고 했는데 날씨가 안받쳐준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세게 불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다고 하여 하루 미뤄서 오늘 찾아 가기로 하였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별내 가는 8호선 첫 지하철을 탔다. 별내에서 춘천가는 전철을 갈아타고 가평역에 내리니 7시도 채 안되었다. 그런데 백둔리로 가는 버스는 8시 45분에야 온다고 한다.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 그런데 어짜피 명지산을 한바퀴 돌려고 마음먹었으니 익근리로 해서 명지 1봉을 먼저 오르고 아재비고개를 거쳐 백둔리로 하산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것 같았다. 용수동으로 가는 버스는 7시 45분에 출발한다. 익근리 명지산 입구에서 버스를 내리니 날씨가 화창하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가을하늘처럼 파랗다. 명지계곡 입구에서 산불감시원이 안내문을 받아가라고 한다. 전국적으로 산불이 나서 난리이니 상부에서 지시가 내려온 모양이다. 산 위에는 어제 내린 눈이 하얗게 덮여있다. 이곳은 누가 일부러 불을 지른다 해도 타지 않을 것이다. 입구 화단에 심어놓은 복수초와 산괴불주머니 꽃이 추위에 잔뜩 움추리고 있다. 승천사를 지나 산길에 접어드니 길 바닥에 눈이 제법 많이 쌓여있다. 그리고 정상에 가까워지자 눈 송이가 떨어진다. 나무가지에 쌓였던 눈이 바람에 날리는 건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다. 갑자기 눈발이 거세진다. 시야도 흐려지고 눈은 한겨울 함박눈처럼 쏱아진다. 능선에는 지난 겨울에 내린 눈이 쌓여 있는데 그 위로 또 쌓인다. 계속 영상 기온이 유지된다 해도 4월 중순까지는 눈이 남아있을 것 같다. 정상에는 조망이 다 가려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기온도 내려가서 옷을 두 겹 두껍게 껴 입었는데도 춥다. 이정도면 아재비고개 변산 바람꽃들도 모두 눈 속에 파묻혀서 보이지 않을 것 같다. 명지 1봉 아래 바위를 뒤에두고 바람을 피해 앉아 점심을 먹었다. 내려가는 길에는 아이젠을 착용해야 할 것 같아 배낭을 뒤져보니 다 고장난 것이고 쓸 만한 것은 한 쪽 뿐이다. 그래도 없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에 한 쪽 발에 아이젠을 차고 내려갔다. 이제는 눈길에서 넘어지는 것이 습관처럼 된 건지 조심하는데도 미끄러진다. 또 서너번 그렇게 넘어지면서도 지난 번 다친 꼬리뼈에 부담이 안가도록 낙법을 시연한다. 하산 중에도 눈이 계속 새린다. 강원도에 대서주의보가 발령되었다고 하니, 설악산에는 정말 많이 내렸겠다. 산 아래 명지계곡 입구에누 눈이 내리는 대로 쌓이지 않고 금방 다 녹는다. 올 봄은 참 별스러운 풍경을 다 보여준다. 덕분에 눈 구경은 원없이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