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내린 날

원래 비 예보가 있었다. 그런데 아침 출근하려고 집 밖에 나오니 자동차 위에도 나무 위에도 눈이 소복이 쌓여 있다. 매스컴에서는 11원 적설량으로는 기상청 관측 이래 최고라고 한다. 서울에 16 센티미터나 내렸다. 눈 길을 치우는 사람들은 눈 삽을 들고 애를 쓰고 있다. 사무실에서 창 밖을 보니 다시 눈이 펑펑 쏱아진다. 기온은 0도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지 눈은 녹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경계치를 오르내린다. 그리고 내 조바심도 따라 움직인다. 점심을 빵과 커피로 대충 때우고 사무실을 나섰다. 오늘은 문화체험 하는 날이라고 모처럼 고궁을 무료로 개방한다. 가까운 덕수궁부터 창경궁까지 고궁 투어를 해보기로 하였다. 다시 함박눈이 내린다. 곳곳에서 친구들이 눈 사진을 보내온다. 덕수궁은 내부 수리 중이라며 문을 열지 않았다. 덕수궁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올라가려고 하였더니 오후 1시 30분에야 연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정동 세실극장 옥상에 올라가 보았다. 은행나무 노란 단풍이 채 지기도 전에 하얀 눈을 덮어 쓴 모습이 예쁘다. 광화문 광장을 걸어 경복궁으로 향했다. 한복을 입은 외국인들이 모처럼 보는 눈 풍경을 즐긴다. 눈이 내려서 그런지 넓은 경복궁이 좁아 보인다. 왕이 열심히 일하겠다고 지은 근정전의 높다란 건물이 멋지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왕이 사신을 맞이하여 여흥을 즐기던 경희루도 주변 나무들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설경을 연출한다. 눈은 짧은 시간에 주위 풍경을 완전하게 바꿔 놓았다. 궁궐 깊숙이 또 하나 연못 향원정도 참 오래만에 와본다. 대원군은 왕의 권위를 높여 보려고 근거없이 화폐를 발행해 가면서 이렇게 넓고 높은 궁전을 짓고도 오히려 그로 인해 국력이 약해져서 왕권이 무너지는 근원이 되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날이 추우니 소변이 마려워 가까운 민속박물관으로 들어가 화장실에 들렀다. 사람이 죽으면 그 혼을 저승으로 안내한다는 꼭두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문구가 벽을 가득 채우고 갖가지 꼭두의 모습이 화려한 색까로 만들어져 있다. 눈을 맞았더니 몸이 차가워진다. 고인돌 형님은 나보다 앞서 경복궁을 다녀서 성균관 대학교 은행나무를 보고 나왔다며 한 번 그쪽으로 와보라고 하시는데 나는 점심도 제대로 먹지 않아 배도 고프고 몸이 추워져서 그냥 집으로 가야겠다고 하였다. 성균관대학교 은행나무 사진을 보내주셨다. 노란 은행잎이 반쯤 떨어졌고 일부 앙상해진 가지도 보인다. 아직 가을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눈이 흠뻑 내리니 계절이 훌쩍 겨울 한복판으로 뛰어 넘어온 느낌이다.

Walking

Seoul, South Korea
bethewise photo
time : Nov 27, 2024 2:24 PM
duration : 0h 39m 10s
distance : 1.3 km
total_ascent : 8 m
highest_point : 103 m
avg_speed : 2.1 km/h
user_id : bethewise
user_firstname : 상복
user_lastname : 박
원래 비 예보가 있었다. 그런데 아침 출근하려고 집 밖에 나오니 자동차 위에도 나무 위에도 눈이 소복이 쌓여 있다. 매스컴에서는 11원 적설량으로는 기상청 관측 이래 최고라고 한다. 서울에 16 센티미터나 내렸다. 눈 길을 치우는 사람들은 눈 삽을 들고 애를 쓰고 있다. 사무실에서 창 밖을 보니 다시 눈이 펑펑 쏱아진다. 기온은 0도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지 눈은 녹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경계치를 오르내린다. 그리고 내 조바심도 따라 움직인다. 점심을 빵과 커피로 대충 때우고 사무실을 나섰다. 오늘은 문화체험 하는 날이라고 모처럼 고궁을 무료로 개방한다. 가까운 덕수궁부터 창경궁까지 고궁 투어를 해보기로 하였다. 다시 함박눈이 내린다. 곳곳에서 친구들이 눈 사진을 보내온다. 덕수궁은 내부 수리 중이라며 문을 열지 않았다. 덕수궁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올라가려고 하였더니 오후 1시 30분에야 연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정동 세실극장 옥상에 올라가 보았다. 은행나무 노란 단풍이 채 지기도 전에 하얀 눈을 덮어 쓴 모습이 예쁘다. 광화문 광장을 걸어 경복궁으로 향했다. 한복을 입은 외국인들이 모처럼 보는 눈 풍경을 즐긴다. 눈이 내려서 그런지 넓은 경복궁이 좁아 보인다. 왕이 열심히 일하겠다고 지은 근정전의 높다란 건물이 멋지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왕이 사신을 맞이하여 여흥을 즐기던 경희루도 주변 나무들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설경을 연출한다. 눈은 짧은 시간에 주위 풍경을 완전하게 바꿔 놓았다. 궁궐 깊숙이 또 하나 연못 향원정도 참 오래만에 와본다. 대원군은 왕의 권위를 높여 보려고 근거없이 화폐를 발행해 가면서 이렇게 넓고 높은 궁전을 짓고도 오히려 그로 인해 국력이 약해져서 왕권이 무너지는 근원이 되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날이 추우니 소변이 마려워 가까운 민속박물관으로 들어가 화장실에 들렀다. 사람이 죽으면 그 혼을 저승으로 안내한다는 꼭두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문구가 벽을 가득 채우고 갖가지 꼭두의 모습이 화려한 색까로 만들어져 있다. 눈을 맞았더니 몸이 차가워진다. 고인돌 형님은 나보다 앞서 경복궁을 다녀서 성균관 대학교 은행나무를 보고 나왔다며 한 번 그쪽으로 와보라고 하시는데 나는 점심도 제대로 먹지 않아 배도 고프고 몸이 추워져서 그냥 집으로 가야겠다고 하였다. 성균관대학교 은행나무 사진을 보내주셨다. 노란 은행잎이 반쯤 떨어졌고 일부 앙상해진 가지도 보인다. 아직 가을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눈이 흠뻑 내리니 계절이 훌쩍 겨울 한복판으로 뛰어 넘어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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